[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과 판매사 모두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고를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라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문제 인식부터 사태 수습까지 뒷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환매가 연기된 라임펀드는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지난해 10월 6200억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 후 피해가 급속도로 커졌다.
라임 사태가 확대된 배경에는 금감원의 안일한 대응이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환사채(CB) 편법거래, 수익률 돌려막기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초기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환매중단 사태가 시작됐을 때 금감원은 운용사의 유동성 문제라고 봤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라임이 유동성 리스크 부분에서 운용상 뭔가 실수를 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월에 금감원이 라임운용 종합검사에 들어간 후 나온 발언이라 시장에선 "일단 기다려보자"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금감원의 진단과 달리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를 받던 이종필 라임운용 부사장이 잠정하고 연말에는 라임운용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에 연루된 것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정상 펀드 자금을 부실 펀드로 옮기는 '돌려막기'까지 드러났다. 특히 돌려막기는 금감원이 라임운용을 한창 검사하고 있던 작년 9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판매사인 신한은행이 이를 파악한 뒤인 같은해 11월 은행에 대한 검사도 진행됐기 때문에 금감원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시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정상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가 확산됐지만 라임 사태는 여전히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 결과나 제재 수위를 공개하지 않은 채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실사 결과는 그나마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 투자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넋을 놓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민원을 넣었다"며 "실사 결과가 계속 늦어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운용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예고한 판매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판매사 관계자는 "라임펀드 기초자산이 너무 많아 실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환매중단을 알려야 하는 지점에선 불똥이 떨어졌는데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전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금감원이 내놓은 카드마저 미봉책이라는 불만이 높다. 금감원은 신속한 환매 진행을 위해 상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상각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이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채권을 상각처리하면 펀드 가입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판매사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채무자로부터 자금을 회수해 고객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지 상각부터 검토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상각의 문제점 등을 담은 의견을 조만간 금감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가 장기화되기를 원치 않는 감독원에서 은행에 귀책을 몰아가 손비처리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며 "현안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잘못했던 당국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일단락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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