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태풍의 눈'으로 예측됐던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 하위 20% 명단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의 철통보안 속에 기성 의원들에 대한 인적쇄신 작업도 유야무야 마무리 된 모양새다.
민주당이 하위 20% 명단을 개별 통보한지 하루 지난 29일까지 별다른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살생부'로 불리며 상당한 파장이 예고됐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14 leehs@newspim.com |
당 지도부는 일단 철저한 입단속에 나섰다. 명단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대응까지 예고한 데다, 최근 윤호중 사무총장은 언론 취재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 노출을 우려해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원혜영 공천심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관련 질문에 "의미없다고 판단하면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안 할 수도 있지 않나"라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선 하위 20% 명단을 두고 소문만 무성한 상황. 다선·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미확인 명단이 돌고 있으나 '지라시' 속 의원들 대부분은 통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수도권 중진 K, L, S 의원 등과 호남·충청권 중진 L 의원 등은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통보받은 적 없다"고 강력 반박했다.
일각에선 내부 쇄신이 결국 유야무야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총선과 달리 인위적 컷오프(공천배제)가 사라진 가운데, 평가 결과마저 극비에 붙여지면서 사실상 '현역 프리미엄'이 보장됐다는 지적이다.
총선 출사표를 던진 한 여권 인사는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명단이) 이렇게 철저히 기밀로 붙여진다면 하위권 의원들이 굳이 자발적으로 물러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불명예 퇴진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또 다른 정치 신인은 "어떤 형식으로든 명단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철처히 기밀에 붙여져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하고 있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하위 의원들은 경선 점수의 20% 감산이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최고 25% 가산점을 받는 여성·청년 등 정치 신인과 맞붙을 경우 공천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정치 신인들이 하위 현역의원 지역구를 노리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번 총선은 쇄신 싸움인데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좌고우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컷오프 사라진 공천룰에 이미 한계가 있다"며 "물갈이의 핵심은 '컷오프'다. 정말 단호하게 '물갈이'를 하려 했다면 컷오프를 적용했어야 한다. 이번 방식이 처음부터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면 민주당이 내부에서부터 가차없이 칼을 휘둘러야 한다. 국민들에게 한없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해찬 당대표는 앞서 노무현재단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현역의원 중 불출마하는 사람은 20명쯤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서 공개 불출마 선언한 의원은 총 1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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