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성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사회책임투자)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ESG ETF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대표적인 ESG ETF인 블랙록(Blacklock) 운용사의 ishares ESG MSCI USA ETF(ESGU)와 ishares ESG MSCI EM ETF(ESGE)가 1월말 기준 자금순유입 상위 3위(18억 달러)와 14위(12억 달러)를 각각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까지 ESGU와 ESGE의 자금 순유입액이 각각 월평균 4534만 달러, 2766만 달러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증가 폭이 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가 용이한 ETF로 ESG 투자를 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ESG 투자는 유럽 주도의 연금펀드나 국부펀드 위주로 성장하면서 아직까지는 기관투자자 위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환매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에 용이한 ETF를 중심으로 ESG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ETF의 상품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다. 미국 ETF 정보 사이트 ETF 닷컴(ETF.com)에 따르면 2014년 초 3개에 불과하던 ESG ETF는 2020년 1월 기준 58개로 늘었다. 운용자산(AUM)은 161억 달러로 2014년 대비 272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ESG를 투자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채택함에 따라 ETF를 통해 ESG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와의 인구격차를 989만명(2010년)에서 132만명(2019년)으로 줄이며 ESG 투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의 ESG 투자 관심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기업 가치를 훼손한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것을 선언하고, ESG 평가를 '중점관리' 평가 대상으로 변경하며 국내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ESG 평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는 등 ESG 투자가 국내 시장에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국내 상장 ESG ETF [자료=한국거래소] |
국내 ESG ETF 시장 규모도 작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SG ETF는 2017년 상장을 시작했으며 2020년 1월 현재 ESG를 기초지수로 채택한 국내 ETF는 총 7개다. 상장 기간을 고려해도 ESG ETF 중 운용순자산 100억원을 넘는 ETF는 2개에 그친다.
이에 대해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ESG ETF는 7개로, 규모 면에서는 미미하지만 국내 상장된 ESG ETF 중 3개는 코스피200 성과보다 우수할 정도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12개월 코덱스 200의 수익률이 약 12.3%인데 KBSTAR ESG사회책임투자의 수익률은 12.8%, KODEX MSCI KOREA ESG 유니버셜은 13.5% 등으로 코스피200보다 앞서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상장 ESG ETF 운용순자산이 적은 이유는 ESG 투자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 부족과 지수형 ETF 중심 투자문화의 확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단기 투자 추구 성향, ESG에 대한 관심 부족 등으로 ESG 문화가 안착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연금의 ESG 투자 원칙 도입과 거래소의 ESG 공시전담팀 개설 등 정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향후 빠른 시일 내에 ESG 투자가 국내에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용어설명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사회책임투자): 기업가치 평가 시 재무적 요소 이외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반영하는 투자전략. 재무적 요소 외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투자전략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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