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로 인한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에 1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가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요가 타격을 입고,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도 겹치면서 지난 1월 고점 대비 25% 넘게 하락한 상태다.
트레이더들은 러시아가 다른 산유국들과 함께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인지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75센트(1.5%) 하락한 배럴당 49.57달러에 마감됐다. 작년 1월 7일 이후 최저 종가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2달러(2.2%) 내린 배럴당 5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8년 12월 28일 이후 최저 종가다.
이로써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14일, 13일 동안 과매도 영역에 머물러 지난 2018년 11월 이후 최장기간 약세장을 이어가게 됐고, WTI 근월물 대비 브렌트유 근월물 가격 프리미엄은 2019년 8월 이후 최저치로 축소됐다.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석유시장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하방 압력을 계속 겪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로 중국의 수송 및 제조업 부문이 사실상 올스탑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중국 정제업체들이 정제량을 대폭 축소하고, 수입 터미널들도 신규 선적 주문을 축소하는 등 중국의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은 급감한 상태다.
삭소은행 상품 전략가 올레 한슨은 "시장이 광범위하게는 아직 (신종 코로나로 인한) 차질 여파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우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원자재 최대 소비국인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파는 주요 상품 시장에서 앞으로도 강하게 느껴질 것이며, 세계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심한 수요 충격을 마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건 전문가들을 인용, 추가 확진자 증가폭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이 이달 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정점에 이를 경우 확진자 수는 5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전체 추가 확진자는 지난 3일 처음으로 3000명을 돌파해 3235명을 기록한 뒤 지난 7일까지 매일 3000명을 웃돌았다. 지난 8일에는 2656명으로 감소했다가 이날에는 다시 3062명을 기록했다. 확진자 증가폭이 3000명 안팎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 기술 패널이 일일 평균 60만 배럴 추가 감산을 권고한 데 대해 러시아가 미온적 반응을 보이며 고민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석유 시장 공급 (과잉) 우려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날 모하메드 알캅 알제리 에너지부 장관은 OPEC이 비회원 산유국들과 감산 연장 권고에 대해 여전히 논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일일 60만 배럴 추가 감산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단기적인 유가 안정 추구에 비용이 초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정제업체들이 이달 정제 처리량을 94만 배럴 정도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권고된 감산량이 시장 수급 여건을 타이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