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사태' 후 해외로 도피했던 정한근(55) 전 한보그룹 부회장이 60억원대 추가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6차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정 전 부회장 측은 검찰이 1월 초 추가 기소한 60억원대 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당초 정 전 부회장이 운영하던 동아시아가스(EAGC)가 1996년 러시아 회사 루시아석유(RP)로부터 주식 27.5%를 취득했다 한보가 부도난 이듬해 20%를 매각한 혐의로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2008년 재판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부회장이 나머지 7.1% 주식 398만주 상당도 매각해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포착해 추가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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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01년 국세청이 EAGC 대표이사 등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검찰이 수사 중 정 전 부회장이 연루된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정 전 부회장이 해외도피 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국내 송환 후인 지난해 6월 다시 수사가 재개됐다고 한다. 정 전 부회장도 검찰에서 모든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증거에 따르면 정 전 부회장은 해외 도피 후에도 EAGC 운영에 관여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오랜 추적 끝에 지난해 6월 21일 정 전 부회장을 파나마에서 검거해 국내 송환했다. 정 전 부회장은 대만계 미국인과 결혼해 미국 국적을 얻어 도피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부회장의 아버지 정태수 전 회장은 2018년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신부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정에 선 정 전 부회장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언젠가 아버지가 재판을 받고 나오시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도피가 이렇게까지 길어지리라고는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양형 심리와 결심을 진행하고 재판 절차를 종결할 방침이다.
다음 기일은 내달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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