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인 정한근 씨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길 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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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죄인으로 단정된 마당에 법원에서 선고하는 형까지 전부 감내하겠다"며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도 특별히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가족들에 관해 묻자 정 씨는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언론 등을 통해 구속 사실도 알게 됐을 것"이라며 "구속 이후 가족과 전혀 연락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 씨는 이날 20년 11개월 남짓의 해외 도피 끝에 구속된 사실과 자신의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계속적으로 해외 도피 생활을 하려던 계획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정 씨는 "당시 아버지와 형이 구속되면서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었다"며 "제 잘못으로 불효를 저질러 누가 될까봐 재판까지라도 피해있자는 생각으로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하다 보니 중국을 거쳐 홍콩까지 가게 됐다"며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 스스로도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을 겪었고 치료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아버지가 재판을 받고 나오시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렇게까지 길어지리라고는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는데..."라고 울먹였다.
정 씨는 "이후 죽으면 고향에서 쉬고 싶다던 아버지 유지를 받들기 위해 해외 생활을 정리했다"며 "에콰도르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국내로 돌아가면 자수할 생각으로 미국 가족들과 최종적으로 의논해서 결정하려고 나오는 와중에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정 씨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대체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면서도 "현재 본인의 죄를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돼도 이의가 없다"고 전했다.
정 씨의 구속 만료일은 이달 21일이다.
한편 검찰은 올해 안으로 주식 추가 매각 대금과 관련해 정 씨를 2차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피고인의 진술을 확인하는 등 조사를 거의 마쳤고 추가 증거를 확보 중이다"며 "연내에는 (기소를) 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공판준비기일 절차 때부터 정 씨가 러시아 석유회사로부터 취득한 주식 27.5% 중 한보 부도 사태 이듬해 20%를 매각한 사실과 관련해 "2001년 나머지 7.5%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와 관련해 공소장 변경과 추가 병합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1997년 자신이 실소유주인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가 갖고 있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하고도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320억여원 상당을 횡령하고 해외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검찰은 이 가운데 60억여원은 공범들이 정 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는 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다.
또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외국환관리법위반)와 해외 도피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한 공문서위조 혐의도 추가로 적용됐다.
정 씨는 수사를 받던 중 1998년 6월 해외로 잠적했다. 이에 검찰은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정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후 정 씨는 지난 6월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고 재판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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