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속한 단체에 이른바 '셀프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인 벌금 300만원보다 더 무거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전 원장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3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국회의원인 피고인은 '더좋은미래' 구성원으로서 종전에 납부하던 회비 범위를 훨씬 초과한 금액을 기부했다"며 "이는 위법한 목적으로 정치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재직하던 2016년 5월 자신의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자신이 속한 단체 더좋은미래에 셀프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속한 이 단체에 매년 1000만원, 매월 20만원을 각각 연구기금과 회비 명목으로 납부해 왔다.
더좋은미래는 2017년 1월 김 전 원장이 소속돼 있는 '더미래연구소'에 8000만원을 출연했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임금·퇴직금으로 약 9450만원을 지급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부금 5000만원을 자신이 소장으로 근무하는 더미래연구소에 귀속되게 한 후 그곳에서 급여를 수령했다"며 "피고인이 수령한 급여 원천에는 기부금이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기부금 일부가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수 있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치자금법상 부정한 용도란 정치자금 지출 목적이 위법한 것뿐만 아니라 사회상규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어 부당한 경우도 의미한다"며 "자신이 기부한 금언 중 상당부분을 임금과 퇴직금 형태로 돌려받은 것은 자신에 대한 지원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우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마친 뒤 김 전 원장은 "(판결에 대해) 유감이다. 항소할 것"이라며 "(법원이) 기부행위가 유권자 매수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월 김 전 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고 지출 경위 등을 종합해도 사회상규에 위배된다"며 김 전 원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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