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 계획을 공개하면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정비사업을 옥죄면서 서울지역 내 신규 주택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도 청약 쏠림현상이 극심한 상황에서 주택공급 계획을 오픈하면 과열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이란 게 국토부측 생각이다. 하지만 수요자가 안심하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주택공급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7일 뉴스핌이 요청한 '서울시 내 주택공급계획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9.08.14 kilroy023@newspim.com |
국토부는 지난달 "작년 9월 기준으로 서울 정비사업 332개 단지 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는 5월 전까지 3만2000가구, 일반분양 1만가구가 조기 공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 30만가구 중 서울 도심 내 4만가구는 연내 1만6000가구를 사업승인하고 1000가구는 입주자를 모집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분양 지역과 시기를 공개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답변을 거부했다. 국토부는 정보공개청구 답변에서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는 경우 행정지원 여부에 따라 부동산 투기 등의 우려가 있다"며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공급계획이 제때 공개되지 않으면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오히려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물량이 신규 공급의 대부분인 서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공급절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로 물량을 선점하려고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 목표대로 5월 전까지 일반분양 1만가구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는 총 20개 단지, 1만1122가구. 이중 정비사업 물량은 15개 단지로 총 공급 가구 수는 9425가구, 일반분양은 2665가구다. 분양가상한제 확대시행까지 두 달여가 남았지만 국토부 목표 대비 총 가구 수는 29.4%, 일반분양은 26.7% 수준에 그쳤다.
전통적인 청약 비수기인 데다 청약업무 이관 작업으로 한 달여 간 청약시장이 개점 휴업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국토부의 목표 달성은 사실상 둔촌주공이 좌우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전까지 분양 예정인 정비사업 단지는 9곳으로 총 1만8881가구, 일반분양은 7617가구다. 이중 총 가구수가 1만2032가구, 일반분양 4786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 분양이 연기되면 국토부의 목표 달성은 절반에 그친다.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둔촌주공 분양을 위해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분양가 심사기준까지 수정해 가며 분양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분양가를 두고 조합과 HUG 간 이견이 크다. 조합은 원하는 분양가를 받지 못할 경우 후분양을 고려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시장이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선 정보공개의 투기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다만 각 단지 사정에 따라 분양일정이 유동적이다 보니 국토부 입장에서 상한제 적용, 비적용 단지를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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