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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주총이 사라진다"...전자투표제 도입·스튜어드십 확대

기사등록 : 2020-0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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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행사 확대·전자투표 도입 등 '잰걸음'
국민연금 적극 주주권행사 여부도 관심↑
"일반 주주 참여율 높일 방안 찾아야" 한 목소리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는 가운데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주주 및 오너 일가의 요식행위로만 진행됐던 과거와 달리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주주제안, 전자투표제 등 주총 문화 선진화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금투업계 중심 주총문화 변화 노력 '속도'

국내 금투업계 6개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는 지난 19일 '2020년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 지원 프로그램'을 공동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자투표 수수료 면제 및 관리기관 확대, 금융투자회사 등의 의결권 행사 독려, 정기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운영, 사외이사 인력뱅크 운영 등이 포함됐다.

올해 정기 주총시즌의 가장 큰 화두는 전자투표제 도입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도 전자투표제를 전 상장사로 확대 적용한다. SK와 신세계, CJ그룹 등은 이미 전자투표를 도입해 시행중이다.

지난 10년간 예탁결제원이 유일했던 전자투표 관리기관도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전자투표 서비스를 개시하며 일반 증권사로 확대됐다. 이는 각 증권사별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자투표의 효용성을 알리는 효과는 물론 장기적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해 보다 윤택한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적극적 주주권행사 역시 올해 주총의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적극적 주주권행사 논란은 지난해에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실패와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올해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적극적 주주권행사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갑론을박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김승현 기자]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이 정기 또는 임시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전체 안건 중 20.4%에 달했다. 2015년과 2016년 10.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4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은 120개사에 달한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5% 대량보유 보고제도가 개선된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는 5%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주주활동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판단해 복잡한 보고의무가 부여됐으나, 올해부터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면 배당 및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관련 주주활동 시 약식으로 보고하면 된다.

◆전문가들 "일반 주주 참여 확대 노력 병행해야"

주총 문화 개선을 위한 민간 주도의 움직임 또한 포착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주총회 문제점과 대안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기업거버넌스 개선 및 지속가능 성장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설립된 해당 포럼은 이재웅 소카(Socar) 대표, 강성부 KCGI 대표,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재계는 물론 금투업계, 의결권자문사 주요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주주제안권 확대와 함께 주주들에게 충분한 의안검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제공시한을 지금보다 앞당기는 한편 주주제안권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족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장사들을 위한 부담 경감과 전자주주명부제도 채택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주총 문화가 자본시장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상장사에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가 공고하고, 주총에 대한 일반주주들의 관심 역시 크게 낮다는 설명이다.

전자투표 행사율 연도별 추이. [자료=한국예탁결제원]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재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외국인 지분이 높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주제안에 관심도 없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이 많이 늘었으나, 주주가치 제고 관련 오너 또는 이사회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손에 꼽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 또한 더딘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12월 결산법인의 일반주주 전자투표 행사율은 발행주식수 대비 5.04%에 그쳤다. 이는 3.9%를 기록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것이지만 일반 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촉진시키겠다는 본래 의도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박선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가 사업기회를 평가·감독하며 자본을 배분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활동이며, 잘 작동하는 시장경제에는 적극적 소유자가 존재해야 한다"며 "적극적 소유권의 행사가 과소공급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정의에 대해 재차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kim0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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