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천정 뚫린 달러화와 안전자산 엔화의 가파른 하락이 지구촌 외환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극심한 시장 이변이 중국에서 번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일본 경제를 강타한 결과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일본 연기금이 교란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 연기금의 해외 자산 매입과 외환 헤지 비용 하락이 엔화 급락을 초래했고, 이는 달러화를 밀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2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뉴욕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0.13% 가량 완만하게 오름세를 회복했다.
엔화 급락이 일단 진정된 모습이지만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20일까지 불과 이틀 사이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낙폭은 1.9%에 달했고, 널뛰기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1달러 당 112엔에 근접하며 엔화가 2년 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데 대해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1분기 일본 경제가 0.25%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전분기 6.3% 후퇴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위축, 경기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외환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트레이더들 가운데 일부 비관론자들은 달러/엔 환율이 120엔까지 치솟을 가능성에 공격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 측면의 적신호를 감안하더라도 엔화의 최근 움직임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이 위기를 맞았을 때도 엔화는 단기간에 6% 급등했고,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엔화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화 약세의 주범이 일본 큰 손들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기금이 해외 자산 매입에 잰걸음을 하는 상황이고, 여기에 헤지 비용 하락이 맞물리면서 엔화를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일본 연기금의 자금을 운용하는 계좌에서 2조엔(179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해외 장기 채권 매입이 이뤄졌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최고치에 비해 무려 62% 급증한 수치다. 또 2017~2019년 월간 평균치를 감안할 때 5배 급증한 물량이다.
자산운용 업계의 대형 기관들이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달러화를 포함한 외화 수요 역시 동반 상승한다. 동시에 엔화에는 하락 압박이 발생한다.
헤지 비용도 엔화 급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환손실 헤지 비용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018년 말에는 스팟 대비 1년물 달러/엔 선도 계약 비용이 3.4%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헤지 비용은 최근 1.9%까지 떨어졌다.
헤지 비용의 가파른 하락 역시 연기금의 미국 국채 및 기관채 대규모 매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흐름의 거대한 기류 변화가 엔화의 안전자산 입지에 타격을 가했고, 큰 손들의 해외 자산 매입 열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엔화의 전통적인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WSJ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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