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아이들이 자동차 교통사고가 났을때, 당장 큰 병원이나 정형외과를 가지 한방병원을 가지는 않잖아요. 한방병원이 어른들을 위한 교통사고 관련 과잉진료의 온상이란 인식 때문입니다."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교통사고로 한방병원 입원 중에 수시로 외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언급했다. 보험업계에서 이른바 '나이롱 환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나이롱 환자는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보험금을 타 내기 위해 장기간 입원하고 금지된 외출도 반복하는 환자를 뜻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경미 사고로 보험사들이 지급한 자동차보험금은 지난해 대물 5600억원, 대인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경미 손상 사고로 지급된 합의금도 850억원에 달한다. 그중 '나이롱 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누수액은 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자동차 보험 업계 [사진=뉴스핌 DB] 2020.02.24 tack@newspim.com |
보험업계에서 '나이롱 환자' 논란은 해묵은 골칫거리다. 현실적으로 환자가 '뒷목 잡고' 수 주에서 수 개월 입원하더라도 치료 종결 시점을 알 수 없다. 현재로선 신속하게 합의해 통원 및 입원 일수를 줄이는 것밖에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특히 한방병원이 '나이롱 환자'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총 진료비는 전년 대비 약 12.6% 증가한 2조225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양방진료비는 약 0.6%(81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한방진료비는 33.7%(2409억원) 급증한 9548억원으로 추정됐다. 한방진료비는 최근 4년간 매년 20~30%대로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미한 교통사고 환자들의 한방병원 선호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환자를 유치하려는 한방병원과 보험금 청구가 까다롭지 않은 환자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란 분석이다. 또 일반적으로 물리치료나 침, 뜸 처럼 비수술 치료가 많은 점도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많이 찾는 배경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 병원에 비해 한방진료비에 대한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일부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악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차 수리비는 수 십만원인데, 치료비가 수 백 만원씩 청구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나이롱 환자 및 보험 사기 관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경미한 차량 사고 때 '인적 피해에 대한 객관적·합리적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학계와 함께 탑승자 사고 재현 시험과 국제세미나 개최, 경미 사고 치료비 지급 통계 분석 등을 실시하고 경미 사고의 인체 상해 위험도 국제기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