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진원지인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이른바 판데믹(대유행)에 대한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3일 기준 전세계 확진자는 7만8811명. 인명 피해가 연일 늘어나는 가운데 경제적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위로 치닫는 양상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 비관론이 확산되는 한편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폭락했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은행권이 자금줄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수 백만개의 중국 기업이 파산 위기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전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구 경북 지역의 삼성전자 생산라인 가동이 멈추는 등 공급망 교란이 중국만큼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수출 물량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약 90%에 이르고, 이 때문에 각종 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세계 주요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바이러스의 경제 타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달러화왁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 매수 열기와 위험자산의 하락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크리스천 뮬러-글리스만 자산 배분 담당 이사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가장 커다란 리스크는 바이러스 충격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한편 밸류에이션이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했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 역시 바이러스 충격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투자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HSBC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1단계 무역 합의 타결에 따른 중국의 경기 반등 기대가 크게 꺾였다"며 "주식을 포함한 위험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을 늘리는 전략이 당분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소재 미즈호 은행은 "글로벌 제조업계가 언제 바닥을 찍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경기 한파를 빌미로 안전자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TD증권도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등 주요국에 피해가 크게 늘어나면서 당분간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연말까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은 "중국을 중심으로 정책자들이 실물경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적 충격이 4분기까지 이어질 여지가 높다"며 "금리인하를 포함한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성장 둔화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월가는 달러화와 금값, 미 국채 동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는 달러화와 관련 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더들 사이에 금리인하 베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G7 중앙은행이 총 205bp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말까지 25bp씩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한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등이 최소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50%에 이른다.
한편 에버코어 ISI의 조사에서 투자자들의 80%는 7월경 공급망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바이러스 충격이 지속,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현 수준에서 25bp(1bp=0.01%포인트) 떨어지는 한편 위험자산과 신용시장이 한파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글로벌 판데믹'이 지구촌의 공급망은 물론이고 교역과 민간 수요까지 전방위적인 충격을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다.
한편 이날 장중 뉴욕증시는 기록적인 하락을 연출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1017포인트(3.5%) 폭락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3% 이상 내리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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