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국채시장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일드커브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역전, 경기 침체 리스크가 제시된 것.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진정됐던 국채시장의 경계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재점화됐다.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침체 리스크가 크게 고조된 데다 월가의 구루들 사이에 바이러스 판데믹(대유행)과 경제적 충격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이번 일드커브 역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1.37%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6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1.32%와 거리를 크게 좁힌 수치다.
이와 함께 시장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다.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1.56% 선에서 거래, 10년물 수익률과 마이너스 0.19%포인트의 역전이 발생한 것.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전이다.
과거 50년 사이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단기물을 뚫고 내릴 때마다 경기 침체가 발생했고,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이는 여전히 적신호로 통한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면전을 벌였을 때도 일드커브 역전이 발생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로이트홀드 그룹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드커브 역전은 가볍게 여기기가 어렵다"며 "주식시장이 최고치 랠리를 연출하는 과정에 채권시장은 이와 다른 목소리를 냈고, 경고가 맞아떨어지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중국과 아시아 인근 국가에서 이탈리아와 이란 등 주요국으로 번지는 상황에 커다란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기준 전세계 확진자 수는 7만9000명을 넘어섰고, 26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판데믹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모습이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UBS는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중국의 1분기 GDP 타격이 2%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악셀 베버 UBS 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경제 성장률이 3.5%에서 0.5%로 대폭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바이러스 충격으로 인해 전세계 GDP가 1조10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리안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닉 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와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 선으로 상승한 것은 경기 침체 리스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달러화와 금, 미 국채를 중심으로 안전자산 매입 열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고,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에 공격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미 국채 선물은 4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50%로 제시하는 상황이다. 또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연내 두 차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76%에 이른다.
당초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1.75%로 유지할 뜻을 밝힌 정책자들이 달러화 강세와 일드커브 역전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미 국채 수익률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바이러스 확산이 진화되지 않을 경우 안전자산 매입 열기가 꺾이기 어렵고, 경제 지표를 통해 펀더멘털 측면의 타격이 확인되면서 금리 하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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