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오영상 김사헌 기자= 우리나라의 신속한 코로나19(COVID-19) 진단 능력과 투명한 대처에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선진국 언론들은 자국 진단 시스템의 문제점을 연일 지적하면서 '한국을 배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는 지역사회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대응 계획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방송 인터뷰 도중 '우리는 왜 한국만큼 진단을 못하나'란 지적을 들어야 했다.
일본에서는 "정부는 하루 약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검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하루 평균 900건으로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일본의사회는 부적절한 거절 사례가 없는지 전국적으로 조사하기로 했으며, 검사 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독일 언론은 중국과 확연히 다른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이 세계적인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세계 보건 당국의 대응 실마리가 여기에 있있다는 보도를 냈다.
◆ 펜스 부통령, "한국 9만명 진단하는데 우린 뭔가" 질문에 난감
1일(현지시간)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 프로그램과 인터뷰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사진=CNN 캡처] |
지난 1일 CNN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의 프로그램 진행자 제이크 태퍼는 펜스 부통령에게 "한국은 9만명 이상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미국은 진단 키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방 선별진료소에 키트를 보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500명이 코로나19 감염 여부 테스트를 받았다고 한다. 왜 우리는 (한국과 같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것이고 언제쯤 키트가 최전선으로 보내질 수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좋은 질문이다"라며 "우리는 주말에 1만5000개의 진단 키트를 미 전역에 보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며 "우리는 민간 업체들과 협력해 추가로 5만개의 진단 키트를 보낼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같은 날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크리스 왈라스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에이자 장관은 미 CDC가 이탈리아와 한국에 대해 3단계 여행경보를 내렸고 미 국무부는 현지 최대 피해지역인 이탈리아 북부와 한국의 특정 지역에 대해 여행금지를 뜻하는 4단계 여행경보를 내렸다며 정부는 여러 대응 옵션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에 왈라스 앵커는 "어느 시점에 여행금지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는가"라고 질문했고 에이자 장관은 "우리는 중국에 실시한 입국금지 조치를 검토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경우 매우 선진화된 공중 보건과 의료 체계를 갖고 있으며 투명한 지도부와 매우 적극적인 조치를 첫날부터 시행해왔기에 지금으로써는 '방문하지 말라'는 권고가 알맞은 조치라고 보고 있지만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즉 한국의 선진화된 의료 체계와 투명한 지도부가 미국으로하여금 적어도 현재로서는 중국처럼 입국금지 조치까지 할 필요성을 못느끼게 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은 CDC가 배포한 진단키드의 시료에 오류가 발생해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사례가 60건에 불과하다면서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자랑을 해댔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확실히 실수가 있었고 이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재앙이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발생한 캘리포니아 확진 사례에 대해 "의심 환자가 연방 정부 진단 기준에 맞지 않아 방치됐다"며 "첫 지역감염 의심 사례가 소홀하게 방치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신문은 그 동안 너무나 작은 검사만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해 의료인력이 좌절하고 있다면서, 존스홉킨스 응급의료과 로렌 사워 과장은 "진단 문제는 지금 내가 밤잠을 설치게 하는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 일본 정부 검사 체제 도마…"일일 3800건 한다더니 고작 900건"
일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검사 체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하루 약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검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하루 평균 900건으로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검사를 의뢰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신문은 일선 의사들로부터는 "검사를 의뢰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의사회는 부적절한 거절 사례가 없는지 전국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검사 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을 검증했던 후생노동성은 "지방위생연구소의 검사 체제 등을 강화할 것"을 제언해, 결과적으로 검사 장비는 늘어났지만 각 지자체 간의 연계가 불충분해 장비를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까지 약 9만4000명을 검사했지만, 일본은 약 7000명에 그치고 있다며 일본의 검사 체제를 비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앞에 차려진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있다. 2020.02.26 pangbin@newspim.com |
◆ 독일 슈피겔 등 "한국 철저한 투명성 보라.. 전 세계 의료진 대응 실마리"
독일 유력 언론 슈피겔은 한국 정부가 철저한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하고 있다며 이런 접근방식은 전 세계 의료진에게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데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신속히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차량에 탄 채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진료소를 운영한다는 점, 정부가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국민들에게 실시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점 등 대응 과정이 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 중심에 선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진단 검사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확진자의 방문 장소와 일시를 정확히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도 같은날 코로나19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다른 대처 방식을 비교하는 기사를 냈다. 불투명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의 투명한 대처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매체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뛰어난 진단능력을 갖추고 있고 자유로운 언론과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이미 앞서 지난 주 미국 현지언론들은 관련 전문가들이 미국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작은 것이 감염이 통제되고 있어서가 아니라 진단을 너무 적게하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보이는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 환자는 수일간 진단을 받지 않은 채 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ABC뉴스는 "왜 미국보다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사례가 많은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글로벌 보건 전문가들은 지금 현재 미국은 물론 그 어느 나라도 없는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능력과 연구 능력 감탄하고 있다"면서 "한국 진단 규모에 비해 미국은 400여건 정도로 비교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진단 능력에 대한 미국 등 해외 전문가의 감탄 메시지도 소개했다. 메사추세츠 사우스쇼어헬스 전염병 담당자인 토드 엘러린 박사는 "[한국에 대해]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급한 상황이고, 우리도 그렇게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호주 퀸즈랜드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이안 맥케이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인상적인 시험이 한국에선 진행 중이다. 이 실험실들 환영한다!"고 썼다. 또 보스턴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전염병학자인 에릭 페이글딩 박사도 트위터를 통해 "한국 의료 당국의 성실성과 투명성을 확실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전미기업연구소의 스콧 고틀립 박사는"한국에서는 매우 상세한 COVID-19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로 막대한 진단 능력을 입증했다"고 트윗을 날렸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