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일주일 전부터 문모(83)씨는 손녀에게 "휴대폰으로 마스크를 주문해보라"고 전화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감염에 취약할 노인들에겐 '보건용 마스크 확보'도 또 하나의 전쟁이다. 문씨는 "글씨도 작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손녀에게 마스크를 주문하라고 했다"고 토로한다. 동네 약국과 마트에서 마스크를 직접 사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데 무릎이 좋지 않아 외출도 여의치 않다. 노년층에 '당일배송' '샛별배송'은 먼 나라 이야기다.
고령층과 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을 비롯한 정보 취약계층의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이용능력이 일반 국민의 6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기기 및 컴퓨터 보유율은 90% 수준으로 높은 데 반해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크게 부족한 셈이다.
특히 고령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접근, 역량, 활용도를 종합한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정보 비취약계층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해, 이들을 위한 디지털 환경 조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애인, 고령층, 농어민, 저소득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에 관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인포그래픽스 [자료=과기정통부] 2020.03.05 nanana@newspim.com |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는 정보취약계층의 PC, 모바일 등 유·무선 정보통신기기, 인터넷 이용 등 디지털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역량, 활용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인, 저소득, 농어민,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로 구성된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정보 비취약계층(55세 이상 고령층 33% 포함)의 디지털정보화 수준과 비교했다.
조사에 따르면 정보비취약계층 대비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9.9%로 전년(68.9%) 대비 1.0%포인트(p) 향상됐다. 하지만 컴퓨터와 모바일 스마트기기 보유, 인터넷 접근 가능 정도를 의미하는 디지털 접근이 91.7%로 높은 데 비해 이를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역량 및 양·질적 활용도가 크게 떨어져 디지털 역량수준은 60.2%, 디지털 활용수준은 68.8% 정도다. 두 항목은 전년(각 59.1%, 67.7%)대비 상승했지만 1.1%p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취약계층별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고령층이 비취약계층 대비 64.3%로 가장 낮았다. 특히 디지털 기기 접근, 역량, 활용 세 항목 중 디지털 기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용 역량이 일반국민 대비 51.6%로 절반에 불과했다.
다른 계층의 전반적인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저소득층 87.8% ▲장애인 75.2% ▲농어민 70.6%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정보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과 무인정보단말(키오스크)과 같은 무인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보 취약계층이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디지털 이용역량 강화, 차별 없는 디지털 환경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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