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공룡 ICT(정보통신) 기업 KT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를 노렸던 케이뱅크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마지막 문턱에 걸려 좌절된 것.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게 된 케이뱅크는 플랜B를 가동할 방침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서울 광화문 더트윈타워에 위치한 케이뱅크. |
국회는 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표로 부결됐다. 재석 184인 중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개정안은 무산됐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 요건에서 공정거래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을 제외한 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인터넷은행법에선 한도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려는 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케이뱅크는 당초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6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하려 했다. 하지만 KT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되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사태다. 때문에 이번 특별법 통과가 절실한 처지였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어렵사리 넘기고 본회의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표가 예상외로 많이 나온 탓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본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부분을 삭제하는 것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혜택"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뜻을 함께했다.
특례법 개정안이 불발됨에 따라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사실상 무산됐다. KT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본확충과 공격적 영업 등 경영 정상화를 모색했던 케이뱅크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맞닥뜨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85%에 불과하다. BIS 비율이 10%까지 하락할 경우 케이뱅크는 경영 개선사항을 만들어 감독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법 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케이뱅크가 받은 충격 역시 상당해 보인다.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 등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여야가 법 통과에 합의했던 만큼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을 예측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한 관계자는 "충격적인 결과"라면서도 "플랜B 등을 빠르게 가동해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겠다"고 전했다.
케이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플랜B 카드로는 KT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KT가 지분 69.54%를 보유한 BC카드를 통한 우회 증자 가능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주주구성 변경 시 지분 희석 이슈 등이 있어 주주사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결국 무산된 상황을 감안하면 임시적 방편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인터넷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회 증자 등은 자본확충을 위한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며 "케이뱅크가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신규 주주사 등을 영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