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국채 수익률이 또 한 차례 급락을 연출했다.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1% 선을 뚫고 내린 데 이어 이날 장중 0.9% 아래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
다우존스 지수가 한 때 1000포인트 이상 폭락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시중 자금이 극심한 쏠림 현상을 연출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5일(현지시각) 장중 1000포인트 이상 급락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경악하는 표정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의 일부 구루는 연방준비제도(Fed)에 화살을 돌렸다. 최근 전격적인 50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로 인해 이른바 '연준 패닉'이 발생했다는 것.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0%까지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장중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899%까지 떨어졌다. 전날보다 15bp 가량 후퇴한 것.
10년물 수익률이 앞서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0.906%를 뚫고 내린 가운데 30년물 수익률 역시 장중 10bp 밀리며 1.54%에 거래됐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 초반 0.554%로 사상 최저치를 찍은 뒤 0.57% 내외로 낙폭을 좁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에 지구촌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면서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한 때 10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커다란 경계감을 드러냈다.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를 포함한 석학들은 이번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지구촌 경제의 공급과 수요가 이중 쇼크에 빠졌고, 과거 수요 측면에서 비롯된 위기 상황에 비해 정책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주가 급락과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하락은 전문가들 사이에 번진 비관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심플렉스 그룹의 캐드린 카민스키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말 그대로 널뛰기를 연출하고 있다"며 "극심한 주가 변동성은 바이러스 충격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VIX(CBOE 변동성 지수)는 이날 장중 8.2포인트 치솟으며 40.14까지 뛰었다.
국채 수익률 급락의 배경으로 연준을 지목하는 의견도 나왔다. 일명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과감한 결정이 시장에 패닉을 일으켰다"며 "10년물 수익률은 바닥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물은 '제로'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준의 이번 패닉은 정당화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2주 뒤 정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또 한 차례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 바인스 캐피탈의 앙드레 바코스 이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국채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경기 하강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시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어 투자 심리가 급랭,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3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3000명을 웃돌았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