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에서 코로나19(COVID-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며 경기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 미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돼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일부 업종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현금흐름과 신용 여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뉴욕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뉴욕에 있는 존에프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2020.03.05 bernard0202@newspim.com |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9만6500명, 3300명을 넘긴 가운데 미국 뉴욕주에서 이날 최소 2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내 사망자가 11명에 이르는 등 미국에서 코로나19는 가파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 경제 냉각으로 한 차례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서 자국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이 정크 등급보다 한 단계 위인 '트리플B(BBB)' 등급 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에 가깝다. 자칫하다가는 투자등급 회사채들이 무더기로 정크 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크 등급인 고수익 회사채에 대한 불안감은 빠른 속도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 하이일드(고수익채권)지수에 따르면 고수익 채권과 미국 국채의 금리 격차는 475bp(1bp=0.01%포인트)로, 2018년 12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지난 2월초 403bp에서 추가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 레이놀즈 스트래티지의 브라이언 레이놀즈 수석 시장 전략가는 "경제 성장률 둔화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금리 격차에 디폴트가 완만하게나마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곳은 코로나19 확산은 미국 기업의 실적과 현금흐름에 위험 요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특히, 재량소비와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업종이 우려된다고 했다.
피치는 우선 관광객 감소에 타격을 입은 항공사, 호텔, 크루즈선 운영업체, 카지노 기업에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피치는 이들 기업은 코로나19가 심각한 대유행병(펜데믹)이 되면 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항공사 3곳의 회사채 디폴트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 대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상승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피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도 중국의 소비와 생산 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중국의 원자재 수요 감소로 미국 에너지 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미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된다고 했다. 화학 업종도 여파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밖에 미국 완구업체, 결제업체, 명품 브랜드 등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예상 기업들로 거론됐다.
칸토어 피츠제럴드의 피터 섹치니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이번의 디폴트 사이클은 쿠폰금리(표면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현상으로 훨씬 갑작스러울 수 있다"며 "특히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초중반에 머문다면 디폴트 발생은 초기에 에너지 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뉴욕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뉴욕증권거래소(NYSE) 플로어에서 트레이더가 근무하는 모습. 2020.03.04 bernard020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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