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백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78세 환자가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지난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이 환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재난 시 의료인에게 진술할 때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해당 병원이 (환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백병원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성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백병원 병동 일부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환자는 확진 판정 후에야 실 거주지가 대구라고 밝혔으며 이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2020.03.09 dlsgur9757@newspim.com |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35조의2에서는 재난 시 의료인에 대한 거짓 진술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제83조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과태료 조항은 행정벌 처분이기 때문에 병원 측의 고소 여부 등과 관계없이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병원 측이 해당 환자를 고소할 경우 형사 처벌 가능성에 대해선 "감염병예방법 위반보다 일반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환자는) 의사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보건당국에 신고할 의무를 방해한 것은 명백하지만, 환자가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것 자체로 의사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명백한 고의가 있었는지가 입증돼야 하고 그에 따른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고의로 속였기 때문에 형법상 업무방해가 가능하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대구 거주 사실을 말했더니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숨겼다'는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처벌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이정일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 제79조의3에서 규정하는 의사 등의 신고 의무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면서도 "해당 환자의 경우 단정적으로 감염병예방법이 적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백병원 입구가 출입 통제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41년생 여성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백병원 병동 일부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환자는 확진 판정 후에야 실 거주지가 대구라고 밝혔으며 이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2020.03.09 dlsgur9757@newspim.com |
백병원 측이 환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어떨까. 현재 서울백병원은 전날 병원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외래 및 응급실 등 병동 일부를 폐쇄 조치한 상태다.
최재홍 변호사는 "병원은 환자에 대해 병동 폐쇄와 의료진 자가격리에 따른 병원의 수입 감소분 또는 발생한 추가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고 법원에서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병원, 즉 법인 차원에서의 손해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손해액 입증이 관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동찬 변호사는 "병원이 입은 손해는 천문학적 액수일텐데 민사 소송을 환자 개인에게 청구해서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감염병 발생에 따른 진료비는 현재 정부가 기본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다. 국가와 환자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 국가가 구상권 책임을 지는 것이 더 효력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병원 폐쇄 등 조치 자체가 감염병 예방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불할 근거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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