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유가가 연초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원유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의 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손실 우려구간)에 진입했다. 상당수 원유DLS 투자자들의 원금손실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증시폭락으로 유로스톡스50 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역시 조기상환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둔 DLS의 미상환 잔액은 6448억원, 브랜트유를 기초자산으로 둔 DLS 미상환잔액은 4212억원으로 집계됐다.
WTI와 브렌트유는 작년부터 올해 1월 초까지 배럴당 50~6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지난 2018년에는 그보다 더 높은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9일(현지시간) WTI와 브렌트유가 전날보다 24% 폭락한 배럴당 31달러, 34달러에 마감하면서 이전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원유 DLS에 가입한 투자자들 상당수가 녹인배리어에 진입하게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된 원유DLS의 녹인배리어는 대부분 40~55%고, 그중 50%가 가장 많다. 녹인배리어가 50%라는 것은 DLS의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시점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국내에서 발행된 원유DLS는 대부분 만기가 2~3년으로 구성돼있고 주로 만기 3년짜리 상품이 많다. 만약 WTI가 배럴당 62달러를 웃돌때 녹인배리어 50%의 원유DLS에 가입했다면 현재 녹인배리어에 진입했다. 녹인배리어에 한번이라도 진입했다면 만기시 대략 80% 수준의 상환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감산 합의에 실패했고, 러시아가 미국 셰일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손해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증산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사우디와 러시아의 동시 증산 가능성이 국제유가 약세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면서 "다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유가가 지난 20년 저점에 근접한 만큼 추가적인 급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세계 주식시장 폭락으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LS 투자자들도 우려가 커졌다. ELS는 원금손실 우려구간에는 진입하지 않았으나 조기상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ELS는 기초자산이 주가 지수이거나 개별 종목인 상품이며, DLS는 환율, 금리, 유가 등 주식이 아닌 기초자산이 구조화된 상품이다.
특히 국내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유로스톡스50의 조기상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유로스톡스50은 9일(현지시간) 전날보다 8.45% 급락한 2959.07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 2월 20일 기록한 고점인 3867.28포인트보다 23% 폭락했다.
국내 발행된 ELS의 만기는 보통 2~3년이며, 그중 만기 2년짜리가 많다. 녹인배리어는 50%가 많고, 대부분 첫 조기상환 요건은 가입시점 후 6개월 후 기초자산 가격이 90~95%로 유지될 경우다. 많은 ELS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로스톡스50은 6개월전에 비해 16% 하락한 상태이므로 조기상환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발행된 원유 DLS의 경우 만기 3년짜리가 많고 ELS는 만기 2년짜리 상품이 가장 많다"면서 "미상환잔액이 많더라도 상품의 만기일이 각각 달라 실제 손실 규모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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