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2주 더 연기되는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를 느낀 교사들의 노동조합(노조) 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 수업 결손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비난이 교사들에게 돌아오는 데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실언으로 인한 분노가 교사들 간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18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에 따르면 최근 교사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은 노조 조직률이 상당히 낮은데, 최근 노조에 가입하려는 교사들이 크게 늘었다"며 "교사들의 노조 조직률이 확대되면 교육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노조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교사들의 노조 조직률은 10%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교육부가 개학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했다고 느끼는 교사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잇따르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간 더 연기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출입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닫혀있다. 이날 교육부는 전국 학교의 개학일을 당초 3월 23일에서 4월 6일로 2주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020.03.17 pangbin@newspim.com |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33) 씨는 "최근 교사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서 서로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개학 연기로 인한 불만을 교사에게 쏟아내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한 교사들이 노조 가입을 알아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교사들의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글이나, "어떤 노조에 어떻게 가입해야 하냐"는 등의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긴급돌봄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교사들의 노조 가입을 고려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긴급돌봄서비스는 오후 7시까지 제공된다. 긴급돌봄서비스는 맞벌이 부부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학부모들의 자녀에게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돌봄전담사를 비롯해 현장 교사들이 긴급돌봄서비스에 투입되고 있지만, 교육부가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고충은 배려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규직 교직원을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면서 교사들이 느낀 분노가 노조 가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A씨는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에 대한 교사들의 고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인 B(30) 씨도 "교사나 교육 현장에 공문 등 소통 경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개학 연기 사실을 뉴스로 알린 것부터 현장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긴급돌봄 역시 교사나 학교 현장에 수요조사 등 미리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육부에서 결정하면서 현장 교사들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희연 교육감의 발언은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3차 개학 연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전교조, 교사노조 등과 화상회의 및 간담회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교육 현장의 교사들에게는 이 같은 논의 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비상 상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게 학교이기 때문에, 개학이 연기되면 학습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긴급 돌봄의 실태가 어떤지 등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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