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일한 A(51·여) 씨와 B(28) 씨, C(51·여) 씨는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직장 동료인 A씨와 B씨, C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미용실을 방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정부에 사는 A씨는 지난 8일 집 근처에 있는 한 미용실을 방문했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달 28일, 구로구에 사는 C씨는 지난 7일 각각 다른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했다.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정부시와 남동구, 구로구는 해당 미용실을 방역하고 일시적으로 긴급 폐쇄했다.
PC방 등 소규모 다중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가운데 미용실도 위험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밀폐된 장소에서 수십 분 동안 밀접 접촉을 하기 때문에 부주의할 경우 미용실이 자칫 집단감염 진원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8일 서울 시내 이미용실에 따르면 미용실 한 곳에 하루에도 수십명 넘는 손님이 방문한다. 손님은 길게는 1시간 넘게 이미용실에 머물며 머리를 손질하거나 염색, 파마 등을 한다.
문제는 이미용 특성상 머리 손질 등 서비스를 받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스크 끈이 염색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자를 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마스크를 쓰고 온 손님도 서비스를 받을 때는 마스크를 벗는다고 미용사들은 설명한다.
서울 강남구 소재 S미용실 관계자는 "대기 중일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던 손님도 차례가 되면 마스크를 벗고 온다"며 "머리카락을 자를 때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지는 손님 선택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천=뉴스핌] 오정근 기자 = 한숙경 원장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신자(80세)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고 계신다. 2019.12.02 jk2340@newspim.com |
강남구에 있는 P미용실 관계자 또한 "염색약이 묻어서 마스크를 벗는 손님도 있다"며 "메이크업을 받으려면 당연히 마스크를 못 쓴다"고 말했다. 이어 "미용사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데 손님들이 걱정된다"며 "그래서 손 소독제를 항상 비치해두고 일주일에 두번씩 업체를 불러서 방역을 한다"고 덧붙였다.
미용실을 찾는 손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약속을 줄일 수 있지만 미용실은 매달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 등 주기적으로 가야 해서다. PC방이나 노래방과 같은 다중 이용시설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씬도 안 할 수 있지만 미용실 발길은 뚝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손님 발길이 매일 이어지는 이미용실은 카페보다 많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기준 전국사업체 조사' 자료를 보면 이용 및 미용업으로 등록한 전국 사업체는 15만4480개로, 종사자만 22만9445명에 달한다. 이는 커피 전문점(6만6231개)보다 2.3배 많은 규모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지로 부각된 PC방(1만1869개)과 노래방(3만3426개) 숫자를 크게 웃돈다.
이미용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체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역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P미용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헤어 관리 시기를 놓친 고객님께 안심 예약을 하고 있다"며 "여러 명이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예약 시간 간격을 조정해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과 손님 간 간격도 2m 이상 유지하며 서비스를 한다"며 "일부 헤어숍에서는 마스크를 준비해서 손님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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