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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한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찰떡 공조'

기사등록 : 2020-03-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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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파월 면담…홍남기, 므누신에 '친서'
계약규모 두배 확대…정부 "추가 조치 검토"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지난 19일 저녁 금융시장에 희소식을 안겨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뒤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찰떡 공조'가 있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금융시장에 혼돈에 빠지고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적기에 긴급처방이 나온 셈이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9일 오후 10시께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서로에게 빌려주는 계약으로 자금유출에 대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 이주열, 파월 직접 면담…므누신에 '친서' 전달한 홍남기

전격적인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의 물꼬를 튼 것은 이주열 한은 총재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23일 사우디아라비야 리야드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만나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02.14 pangbin@newspim.com

이 양자회담에서 이 총재와 파월 의장은 한국의 금융시장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공유했으며, 지난 8~9일에 컨퍼런스콜(전화 회의)로 진행된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서도 대화를 나눴다.

기재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하는 레터를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 레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G20 국제공조를 강화하자는 내용과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08년 10월 한미 양국이 첫 통화스와프를 맺을 당시 워싱턴 주미 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홍 부총리는 강만수 장관을 보좌하며 통화스와프 체결에 미온적인 미국 통화당국 인사들을 꾸준히 설득했다. 당시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이번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20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신속하게 대응한 게 맞다"며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화 부족 현상을 완화해야겠다는 판단이 있었고, 한국으로서도 달러화 공급이 아주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 통화스와프 규모 두배로 확대…정부 "추가 조치 내놓을 것"

금융위기 당시 한국경제의 신용도가 한 차례 검증된 점도 신속한 체결에 영향을 줬다. 통화스와프를 운영하면서 양국 간 신뢰도가 높아졌고, 대출 실적이 쌓이면서 추가적인 검증이 불필요했던 것이다.

연준은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일본·프랑스·호주·브라질·멕시코 등 13개국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유럽연합(EU)과 영국,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 5개국은 항구 계약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국가는 계약기간이 지난 후 종료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양자면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9.04.14. [사진=기획재정부]

이번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9개국은 12년 전 계약을 맺은 국가들에서 추가되지 않았다. 즉 새로운 기준으로 국가를 선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규모 면에서는 한국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의 경우 계약금액이 3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늘어나는 등의 변화는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은 통화스와프를 보수적으로 체결한다"며 "신용등급도 까다롭게 보고 통화스와프가 꼭 필요한지도 보는데, 협의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2008년과 비교하면 신속하게 됐다.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었으니 좀 더 빠르게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도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 18일 기재부는 선물환 한도를 늘리는 조치를 발표한 후 "외환부분 컨틴전시 플랜상 제일 첫단계로 쓸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추가적인 조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2008년 당시 스왑시장뿐만 아니라 시장 전반에 대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했던 조치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중소·중견기업 대상 온렌딩(달러화 대출) 등 여러 정책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onjunge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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