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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신한금투 사장 사퇴...라임 사태에 막힌 초대형IB '꿈'

기사등록 : 2020-03-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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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이사회 통해 전격 사임 의사 밝혀
라임 이슈·독일 헤리티지 DLS 겹치자 검취 부담
금감원 인가 필요한 초대형IB 추진 급제동 걸릴 듯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라임 사태 관련 고객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향후 미칠 파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IB 도약을 진두지휘하던 김 사장이 퇴임함으로써 신한금융투자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 [사진 = 신한금융투자]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최근 투자상품 판매에 따른 고객 손실발생에 대해 고객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며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김병철 사장은 "고객 투자금 손실 발생에 대한 책임이 있고 없고를 떠나 신한금융투자가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빠른 정상화를 위해선 본인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사의를 표했다.

지난 2018년 12월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김 사장은 지난해 3월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후 신한금융투자의 대형화를 주도해왔다. 동양증권 출신의 외부인사임에도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를 맡을 만큼 국내 금투업계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았던 그는 지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6번째 초대형IB 도약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 6월 신한금융을 대상으로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초대형IB 기본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한 데 이어 올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의 영업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20일 전격 사임의사를 밝힌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신한금융투자]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사태는 김 사장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달 14일 금융감독원은 작년 10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촉발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판매사 가운데 하나인 신한금융투자는 펀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알고도 해당 펀드를 지속적으로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라임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가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지속적으로 판매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측은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지시에 따랐을 뿐 라임과 함께 무역금융펀드 관련 부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했다는 게 회사 안팎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라임 사태에 이어 최근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원금 손실 우려까지 터지며 수장으로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초대형IB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사장은 사퇴의 변에서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한 투자상품으로 고객님들께 끼친 손실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서 머리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객손실 최소화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 그동안 사퇴의사 표명을 미뤄왔다"고 밝혔다.

라임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고객의 신뢰를 받는 금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일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사장의 사임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 진출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차례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4조2000억원까지 늘렸지만 라임 사태 관련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초대형IB 인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불완전판매까지 포함되면 최악의 경우 최소 2~3년간 신사업 인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 직후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IB 인가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게 사실"이라며 "김 사장마저 사임하면서 후임자의 의지에 따라 재검토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오후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김 사장의 후임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임 사장은 무엇보다 최근 사태를 고객의 입장에서 신속하게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고객 손실 최소화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mkim0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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