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북한 당국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량가격이 오르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식량 도매상들을 사재기 혐의로 처벌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6일 보도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3일 RFA에 "지난주 평원군 읍에서 지역 보안서가 갑자기 쌀과 강냉이를 시장상인들에게 도매로 넘기던 도매상들의 가택을 무작위로 수색했다"며 "보안원들은 살림집 앞마당까지 파헤치며 1톤 이상의 알곡이 나오면 모조리 회수했다"고 전했다.
여름철 북한 농촌지역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식통은 "알곡을 회수당한 도매상들은 모두 전염병 사태로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식량을 사재기해 개인 돈벌이를 했다는 죄로 지역 보안서로 끌려갔다"며 "보안서에서는 상인들에 대한 별다른 조사도 없이 다음 날 군 노동단련대에 수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방역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주민 이동까지 통제되면서 장마당 쌀값이 계속 오르고 민심이 혼란되자 당국이 쌀장사꾼들을 시범꿰미로 처벌해 장마당 상인들이 식량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양강도 혜산시의 주민 소식통은 "혜산에서도 도 인민위원회와 사법기관이 합동해 알곡을 100kg 이상 사들이고 있는 장사꾼들을 단속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쌀값이 오르자 지난 3월 중순 쌀장사꾼 10명을 사재기 죄로 잡아들여 노동단련대에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 소식통은 "당국이 식량가격을 통제하면서 혜산시장에서 쌀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콩기름은 부족하다"며 "주민들은 코로나 사태가 더 연장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북한의 국경봉쇄는 끝나지 않았으나 지난주부터 북중 간 무역화물 차량 일부가 운행을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단둥의 한 주민은 RFA에 "18일부터 하루 10대 안팎의 중국 화물차가 단둥세관을 지나 신의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하루 300대 이상의 차량이 양국을 드나들던 코로나 사태 이전을 생각하면 극소수지만 화물 이동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북조선에 물건을 실어다주고 돌아온 중국 운전수는 당국이 지정한 시설에서 14일간 자기부담으로 격리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며 "북조선 화물차는 1대도 움직이지 않는 걸로 보면 코로나19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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