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은 이달 중순 시작된 평양종합병원의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각국 해외공관에서 사실상 강제로 돈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국에 있는 대사관들에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필요한 건축자재 마련을 위해 자율적으로 자금을 모아달라'고 독려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노동당 창건 75돌(10월10일)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했다.[사진=노동신문]2020.03.18 noh@newspim.com |
북한 당국의 지시는 외교관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자율적 형식의 기부지만 실제로는 주재원 각자의 실적과도 연관되는 강제 징수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전직 북한 외교관은 RFA에 "앞에서 한 사람이 내게 되면 뒷 사람이 안 낼 수가 없다. 충실성의 척도가 된다"며 "쉽게 말해 대사가 1000달러를 내면 다음 사람은 못해도 700달러는 내야지, 100달러를 낼 수는 없다는 압력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첫 삽을 뜬 만큼 북한 당국이 원하는 기부금 상납 규모도 일반 사업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폐쇄로 당국의 돈줄이 말라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북한은 조선신보 등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평양종합병원을 오는 10월까지 완공해 보건 부문을 크게 비약시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민생문제를 최우선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모습이다.
전직 북한 외교관은 "김일성이 아끼던 부지에 병원을 짓는다는 걸 북한 주민들도 잘 알고 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의 애민정치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병원 건설 과정에서도 기부를 강요해 주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