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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이 촉발한 젠더 논쟁…혐오표현에 2차 가해 난무

기사등록 : 2020-03-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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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문제" vs "남자는 성범죄자?"
2차가해·혐오표현 '난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일명 'n번방 사건'으로 온라인에서 '젠더 논쟁'이 뜨겁다. n번방 사건이 '젠더 문제'라는 주장과 '성별과 관계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쟁 과정에서 혐오표현까지 난무하면서 n번방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나는 잠재적 성범죄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잠재적 의사이며 잠재적 교수이고, 잠재적 스포츠 스타이기도 하다"며 "물론 잠재적 강도이고 잠재적 사기꾼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댓글이 500개 가까이 달리면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창엽 인턴기자 = 2020.03.24 artistyeop@newspim.com

일부는 n번방 사건의 본질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별의 관점으로 n번방 사건에 접근할 경우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가 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은 무고한 사람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워버리면서 갈등을 조장한다"는 댓글을 썼다.

남성 A(30) 씨는 "특정 성별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특정 성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젠 남자라면 의심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일부는 n번방 사건의 본질이 '젠더 권력에 따른 젠더 문제'라고 주장한다. '남성'이라는 젠더 강자가 만들어낸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이 이어졌고, 이번 n번방 역시 그 연장선상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피해자가 주로 발생하는 여성이라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남성, 니들은 가해자이다'고 말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B(26) 씨는 "최근 n번방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그동안 유사한 범죄는 계속 있어 왔다"며 "혹시 내 주변에도 이런 가해자들이 있지 않을까 항상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이것조차 문제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n번방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혐오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일탈계' 하는 게 정상이냐"며 "빌미를 제공한 것도 피해자인 것은 사실이다. 피해자들도 잘한 건 하나도 없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탈계는 둘째 치고 '고액 스폰'은 성매매 시도인데 왜 정상참작이냐"고 했다.

일탈계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성적인 신체 사진 및 영상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적 욕망을 나타내는 일종의 '일탈'인 것이다.

한 여성활동가는 "n번방 사건은 지금까지 있었던 한국 사회에서의 성차별과 성 불평등으로 시작된 다른 여러 문제들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며 "기술 발전, 시대 변화에 따라 도구가 바뀌는 것뿐이지 기존에 있었던 성폭력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마다 '왜 나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느냐'는 억울한 반응은 항상 있어왔다"며 "온라인 상에서 나오고 있는 격한 발언들은 세대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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