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이 본격화된다.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긴급지원에 이어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사와 유통사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국책은행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신속 제공해 위기 확산을 막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지난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이날부터 '회사채·CP(기업어음) 차환 프로그램' 운영한다. 두 은행은 이날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사채 차환·CP 매입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산은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부서를 통해 수요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수요조사가 끝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은 수요조사를 토대로 4월부터 1조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회사채 등급 A 이상이거나 코로나19 여파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 가운데 투자등급(BBB- 이상)이 대상이다.
산은은 기은과 함께 2조원 규모의 CP 매입도 나선다. 이날부터 시작한 수요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매입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은이 1조5000억원, 기은이 5000억원을 매입한다.
총 3조9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유동성 지원 대상 1순위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가 유력하다.
앞서 정부에 긴급경영자금(3000억원)을 요청한 7개의 LCC사 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의 자금 사정도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날 6228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해 다음 달 만기도래하는 회사채(2470억원) 상환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해 상환 및 차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가 4조3000억원에 달해 정책금융 지원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 회사채 등급(BBB+)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려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성 차입금 규모 역시 2조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이유로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직원들에 대한 임금삭감·무급휴직에 돌입한 상태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비행기 10대 중 9대는 활주로에 묶인 신세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가장 기본적인 영업이 안되고 있지 않냐"며 "코로나 사태로 가장 심각한 업종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단연 항공업으로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절벽'에 직면한 유통사들 역시 주요 지원 대상으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의 4월 만기 도래 회사채는 4750억원 규모다. 신세계와 CJ의 만기 회사채는 각각 1900억원 규모다.
한편 산은은 '회사채·CP(기업어음) 차환 프로그램' 외에 조만간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운영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회사채 상환이 어려운 기업이 별도의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은이 총액의 80%로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집행기간이 2~3주에 불과해 빠른 자금조달에 효과적으로 평가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부활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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