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긴급 수혈'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국책은행 내부에선 자구안도 없이 막대한 혈세를 요구하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왼쪽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본점. [사진=각사 제공]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부 금융지원안이 확정되는 대로 심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과 항공업계와 유통업계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이 결정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한도여신(Credit Line)'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자기자본(6조2184억원) 대비 약 16.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두고 국책은행 내부에선 두산중공업의 자산과 담보 등 꼼꼼한 심사를 해봐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제대로 된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아, 국민 혈세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지원을 결정한다 해도) 자구안 마련도 없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유동성 지원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유통업이나 항공업에 더욱 집중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이 국책은행을 통한 유동성 지원을 원한다면 ▲두산그룹 지주사의 지원방안 ▲오너가의 사재출연 등 적극적인 회생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산중공업 노조 역시 지난달 명예퇴직에 반대하며 두산 일가의 사재출연과 두산그룹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이 1조원 대출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힌 주식과 부동산 가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두산중공업은 대출신청 관련 공시 이후 대주주인 두산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원) 신탁수익권 등 1조원 이상의 가치를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담보로 제시한 두산중공업 주식과 부동산 신탁수익권 가치는 대출금액 1조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주식 가치는 전일 종가로 약 3700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의 금융지원 여부가 채 결정되기도 전에 두산중공업이 결정된 것처럼 언론에 발표한 것에 대해 국책은행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전날 '단기차입금 증가결정' 공시를 통해 산은·수은과 1조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에 따르면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된 적은 있으나 구체화된 내용도 또 결정된 내용 역시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 기업이 먼저 지원을 받는다고 밝힌 것 자체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특히 1조원이라는 구체적 금액 역시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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