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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선] 코로나19, 트럼프엔 되레 '약'…바이든에겐 '독'?

기사등록 : 2020-03-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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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코로나19(COVID-19)에 대한 초동 대책에서 삐끗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책은 11월 대선에서 재선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오히려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도 격차를 줄이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오히려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자,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과 바이든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ABC방송과의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49%, 트럼프 대통령은 47%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2~25일 전국 성인 1003명과 등록 유권자 845명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뽑아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3.5%포인트) 결과였다. 두사람의 격차는 2%포인트로 오차범위내로 좁혀졌다. 지난 2월 중 여론조사 때 격차는 바이든 7%포인트였다.

'경제 문제 대응에서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52대42로 10%포인트 앞섰다. 오히려 한달 전의 5%포인트에서 그 격차를 더 벌렸다. 반면 '보건 문제 대응에서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51대41로 10%포인트 앞섰다.

증시가 최근 폭락했지만 트럼프 임기 중에 꾸준히 상승한 점과 낮은 실업률의 이미지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오바마 케어에 대한 향수도 살아있는 셈이다.

◆ 코로나19, 트럼프에게 정말 위기인가

최근 트럼프가 코로나19에 대해 초기에는 매우 방심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코로나19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러시아 게이트와 탄핵에 실패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다"는 식으로 대선과 연관해서 대응했다. 민주당 공격에 초점이 가 있었고 그 결과 초동 대응이 늦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문제에 대한 거듭되는 발뺌, 잘못된 발언과 행동은 금융 시장을 동요시켰고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손상시키면서 대통령직의 신뢰를 실추시켜 버렸다"고 비꼬았다.

3월 9일에 발표한 미국 퀴니피악대학의 설문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위기대응 능력은 트럼프가 바이든에 40대56으로 16%포인트나 뒤졌다. 코로나19의 공포가 미국을 덮쳐가면서 영국 가디언은 "앞으로 2개월 안에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결정될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끝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왔다. '코로나19 문제 대응에서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트럼프가 바이든을 47대43으로 4%포인트 앞섰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다.

갤럽이 지난 13∼22일 유권자 10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49%이었다. 지난 2∼13일 조사 때보다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최고치라고 갤럽은 설명했다.

지금 나타나는 조사결과를 보면 과연 코로나19가 트럼프에게 위기일까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테스크 포스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3.18 kckim100@newspim.com

◆ 트럼프 브리핑 '쇼' vs 바이든 온라인 연설

트럼프는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쇼를 펼치는 반면 바이든은 온라인 연설로 대응하는 것이 고작인 것의 결과로 CNN은 분석했다.

코로나19 발생 두 달을 맞으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응방식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매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확인되지 않거나 부정확한 사실까지 남발하면서도 재선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일 TV에 출연해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은 올라갔다. 갤럽이 24일 공개한 조사 결과(13∼22일 실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지지율 관련 질문에 긍정적 응답자는 49%로 조사됐다. 이는 대통령 취임 이후 갤럽 조사 중 최고치다.

더힐(THE HILL)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나서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발언을 하거나 희망적 사고에 기초한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바이든은 공식석상 참석을 자제하며 존재감을 부각하지 못하다 민주당 내 비판에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비판에서 날카로움도 더하지 못했다. 오프라인 유세를 줄줄이 취소하는 등 외부 일정을 삼갔던 바이든은 지난 23일에야 자택에서 온라인 연설을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는 "백악관의 계획과 준비 실패"라고 비판하면서 "너무 오랫동안 경고 신호가 무시됐다"고 트럼프를 공격했다. 그는 이어 "나는 단순히 대통령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면서 "조기 문제 인식과 대응이 느린 것이 여전히 대통령의 해결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나의 의견의 요지"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4가지 사안을 주문했다. 마스크 등 보건 물자 공급을 위한 국방물자생산법 승인, 군대와 국경수비대 활용, 행정부 내 관리와 보건 전문가 간 논쟁 종식, 경제적 대응을 위한 올바른 우선순위 제정 등이 포함됐다.

같은날 민주당 최대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행동(Priorities USA Action)'은 4개 핵심 경합주에서 TV 광고로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미숙하다"고 비판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 바이든 '낮은 열성 지지율' 극복이 관건

CNN과 WP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지지층의 충성도 즉 열성지지자들로 꼽았다.

트럼프 지지한다고 응답한 유권자 가운데 10명 중 8명꼴(86%)로 열성 지지자라고 밝힌 반면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등록 유권자 중에서는 열성 지지자라는 답변이 74%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10% 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특히 핵심적인 열성도를 나타내는 '매우 열성적'이라는 답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55 대 28로 거의 두 배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크리스 실리자 CNN방송 선임기자는 "911때 아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갔다가 무려 2년반이나 유지된 바 있는데, 이번 트럼프의 경우는 불과 200여일 남았기 때문에 이번 지지율은 대선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지지도가 선거에 직결되는 것은 열성지지자들이 많아야 된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WP는 "바이든이 두꺼운 열성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 대선에서 열성 지지층을 많이 확보한 대선주자가 승리했다는 전례에 비춰 볼때 바이든 캠프로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임기 중 최고의 지지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반면 바이든은 어떻게 트럼프를 극복하느냐가 여전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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