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과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대부분의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시험이 올 한여름(midsummer)에나 실시될 예정인데, 임상 실패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개발 속도가 빠른 편도 아니라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제네바 본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연구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가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유전체가 지난 1월초 발견된 이래 검사키트가 개발됐고 백신 연구가 시작됐다며 70여개국이 연구에 속도를 더했으며 "약 20곳의 기관과 회사들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알렸다.
◆ 가장 속도 빠른 백신, 성공해야 내년 초 시판 가능
과학자들은 그러나 개발에 속도가 붙은지는 몰라도 필요한 정도까지 빠르진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치료제 후보물질을 비롯해 추진 중인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은 254건, 이외 수백건 이상의 시험이 빽빽히 계획되어 있지만, 대다수의 치료제와 백신 임상은 한여름이 되어서나 실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개발 선두주자 중 하나인 미국 존슨앤존슨(J&J)도 9월 이후에나 백신 임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 경쟁에서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회사는 미 바이오테크 기업 모더나(Moderna)다. 회사는 이달부터 인체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내년초에는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노비오 파머수티컬은 이날 인체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중국 군사의학연구원, 칸시노 바이오로직스는 백신 임상에 한창이며 유럽에서는 독일의 큐어백(CureVac)과 옥스포드대학이 백신을 개발 중이다.
과학자들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HIV 치료제 등 기존의 의약품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도 연구 중이다. 인도 등 일부 국가 의사들은 코로나19 치료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 중이다.
중국에는 길리어드사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르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두 개의 연구가 진행 중이고 이달 안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리제네론 파마는 사노피와 파트너십을 맺고 류마티즘성 관절염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인지 연구시험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들의 혈액서 항체를 추출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는 수년이 걸린다. 이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란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 절차를 간소화 한다고 해도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감염병 예방·치료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소 시험·동물 임상·인체 임상을 거쳐야 한다.
일례로 1976년 제럴드 포드 당시 행정부는 무리하게 신종 돼지독감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 약 4500만명에게 투여를 감행하다 수백명의 접종자들이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이란 매우 드문 신경계 질환을 앓게 된 사태가 벌어졌었다. 그 결과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시험하고 있다. UPMC/Handout via REUTERS 2020.03.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개발 실패 가능성…성공해도 시간·비용·의료진 문제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백신과 치료제는 인체 면역체계에 변화를 줘 특정 바이러스를 이겨내게 해야 하는데 면역의 과다 반응이 인체적 손상으로 이어지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등 위험성이 없게끔 개발되어야 한다.
한 번의 시험으로는 이같은 변수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연구진은 더 안전하고 예방·치료에 효과적인 물질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수차례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베테랑 의약품 연구원 데렉 로웨 씨는 개발 속도를 내 "최소 환자들을 죽움을 문턱에서 꺼낼 정도만큼의 약은 개발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자택대기령을 해제하고 사람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게끔 효과적인 약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 수를 줄이는 데까지만 효과적인 약일 뿐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백신·치료제가 신속히 개발돼 당국의 승인을 받아 시판을 앞둔다고 해도 대량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 제약사들이 어떤 가격에 약품을 제공할지 등 여부도 변수다.
길리어드는 임상시험과 긴급투여용으로 생산한 150만정의 렘데시르 생산 비용을 자사가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의 다른 제약사들은 잠재적 백신·치료제에 대한 시판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비싼 가격에 제공된다면 많은 이들은 약이 있어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의료진이 없으면 백신·치료제 투여가 불가하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2800만명의 간호사가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590만명의 간호사가 더 필요한 실정이며 간호사 인구 80%이상이 전 세계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국가에서만 종사하고 있다고 알렸다. 간호 인력이 가장 부족한 곳은 아프리카, 동남아, 동쪽 지중해 등의 저임금 국가들이다.
무엇보다 백신·치료제 개발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팬데믹 확산 속도가 문제다.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사이언스·엔지니어링 센터(CSSE) 코로나19 상황판에 따르면 한국시간 7일 오전 9시 39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134만6299명, 사망자는 7만467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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