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유럽연합(EU)산하 기초연구지원기구 유럽연구이사회(ERC: European Research Council)의 마우로 페라리 이사장이 사임했다. 코로나19(COVID-19)에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했지만 EU 설득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EU의 대표 연구기구인 ERC 수장으로 취임한 페라리 박사가 이날 오후 EU집행위원회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페라리는 "열정을 가지고 ERC에 합류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나를 실망시켰다"며 "그래도 국제적인 협력에는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EU의 입장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ERC는 최고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에 설립돼 연간 약20억유로 (약2조64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나노의학의 선구자인 페라리는 3월초 코로나19가 유례없는 비극이 될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미 EU와 거리가 멀어졌다.
당시 페라리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ERC특별프로그램 설치를 제안했다. 정치가들이 임시방편으로 설치하는 기구 대신에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신약, 새로운 백신, 새로운 진단키트 등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ERC의 운영기구인 ERC과학위원회에서 페라리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이유는 톱다운 연구프로젝트 지원은 ERC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 오직 개별과학자들의 제안을 심사해 지원하는 것만이 ERC의 임무라는 것이었다.
페라리는 "이번 부결은 권역내 긴장을 높이는 코로나19에 대해 일부 회원국이 대응에 실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간의 협조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ERC수장자리에서 겸직으로 있는 시애틀의 워싱턴약학대학교의 교수로서 일을 하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기획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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