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실혼 배우자와 함께 사용하던 물건을 부수거나 망가뜨려도 단독소유가 인정된다면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씨가 재물손괴 혐의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 인용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A씨는 지난해 6월 19일 밤에서 다음날 새벽 사이 자신의 집에서 사실혼 배우자 B씨와 다투다 이불, 카페트 등을 가위로 자르고 장판을 긁히게 하는 등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에게 타인의 재물을 손괴했다는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검찰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소유에 속한 물건을 손괴할 경우 성립되며 공동소유 또한 타인의 소유로 해석된다"며 "타인과 함께 사용하던 재물을 부수거나 망가뜨렸다 하더라도 그 재물이 타인의 소유인지, 재물의 사용가치를 실질적으로 해한 것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증거와 정황 등을 종합해보면 이불과 카페트는 A씨가 사실혼 이전에 구입한 것으로 A씨가 단독으로 소유권을 취득했다"며 "이후 B씨와 함께 사용했다 하더라도 사실혼 기간이 10개월 정도로 짧았던 점, A씨와 B씨 간 소유권 귀속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점에 비추어 재물손괴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장판은 표면에 흠집이 생긴 것에 불과하고 교체나 수리를 요하는 정도의 손상이 아니다"라며 "장판으로서의 사용가치가 그대로 유지돼 손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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