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채권단이 고강도 자구안의 일환으로 '두산솔루스' 매각 카드를 꺼낸 두산에 "신사업 청사진" 등 사업구조 재편도 요구하고 나섰다. 알짜자산 매각만으론 현재 처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다. 채권단은 자구안에 두산중공업이 발표한 '신사업 수주 50%' 실현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신한울 원전 1호기용 발전 터빈 <사진=두산중공업> |
10일 채권단 관계자는 "알짜자산 매각도 매각이지만 자구안은 두산이 영업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담는데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것"이라며 "사업 비중 변화 등을 통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어야만 추가 금융지원을 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채권단이 '사업 비중 변화'를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은 두산중공업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막대한 자금지원을 결정했지만 이는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불과할 뿐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채권단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 비중은 발전 분야가 절대적이다. 매출의 60~70%가 석탄화력발전소, 15~20%가 원자력발전 사업 분야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석탄화력발전소 시장이 침체되고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치며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 같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두산중공업의 연간 매출(별도 기준)은 지난 2012년 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대로 추락한 상태다.
미국의 에너지경제 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늦은 사업전환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맞물려 수주가 감소했고 그로 인해 이미 수년 전부터 위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이러한 점에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오는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가스터빈, 수소에너지, 3D프린팅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채권단 내부에서 '뜬구름 잡기식 청사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석탄화력·원자력 분야 매출 비중이 현재 75~90%에 달하는 상황에 3년이란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최 부사장도 주주총회 당시 주주들의 이 같은 질의에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없을 경우 자금지원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 전환 속도가 더딘 점도 우려를 더한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대주주의 사재출연도 반드시 자구안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등 오너 일가가 사재출연을 통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산은 알짜자산인 두산솔루스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두산과 오너일가 33명의 지분율은 61.2%에 달한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현재 자구안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1조원 지원 외에 추가로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채 대출 전환 심사가 임박한 탓이다. 수은이 다음 주 중 회의를 열고 외화채권 상환액의 대출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은 이르면 이날 오후, 늦어도 내주 초에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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