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두산중공업이 에너지 기간산업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앞으로도 당국과 금융권의 지원이 지속될 방침이다. 채권은행은 지원책에 상응하는 자구책을 요구하며, 두산건설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1조원 수혈받은 두산중공업…추가 지원 필요
지난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공동으로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대출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에너지 기간산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원전 수출 등 측면에서도 필요한 회사라는 이유도 함께 밝혔다. 두산은 이번 대출을 받기 위해 ▲계열 지분 일부 ▲3~4세 오너들의 보유 주식 ▲두산타워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노력도 보였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원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만 4조9000억원이고, 오는 4~5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도 1조원 규모다.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0조원에 달한다. 이번 4월말 만기도래 외화채권 6000억원은 수출입은행에서 대출로 전환하겠지만, 그 이후에도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글로벌 친환경 정책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하면서 두산중공업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30%(연결기준 300%)까지 높아진 상태다.
추가 대출을 위해 제공할 담보 여력도 제한적이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 주식을 담보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태여서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그 외에 두산밥캣 등 우량 자회사 지분을 유동화해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 대한 대출이 결정된 27일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급전망을 'BB-/하향검토'로 낮췄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재무 부담이 확대돼 있다는 이유다. 대출 결정이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시키기는 하지만, 펀더멘털을 개선할 이슈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2020.03.17 iamkym@newspim.com |
◆앞으로 시나리오는…증자? 두산건설 매각?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추가 자금조달 시나리오를 2~3가지 정도로 압축하고 있다.
첫번째는 두산그룹이 아닌 외부(제3자)의 유상증자다. 두산중공업은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금 한도는 기존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5배 확대하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한도도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이는 미리 자본금 확대 가능성을 시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 19로 채권 발행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CB, BW발행 한도를 늘려놓은 것 역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말 두산은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두산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지분율도 32.3%에서 43.8%까지 높였으나, 앞으로 그룹 내에서 추가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두산건설 또는 다른 자회사 매각이다. 두산중공업은 산하에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두산건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인프라코어와 밥캣은 우량 기업인데다 시너지 측면에서도 두산이 내놓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두산건설은 이미 수년째 실적부진이 지속하면서 지난해 상장폐지까지 했다. 비록 지난해 영업이익 747억원을 내면서 흑자 전환하긴 했지만, 차입금만 7200억원에 달해 두산중공업의 연결재무지표를 끌어내리고 있다. 건설을 매각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기 보다는 차입금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재무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조원만 추가 대출해주고 끝날 일이었다면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직접 '강도 높은 자구책'이나 '실사'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초안 정도는 금융당국과 논의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취임 4년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두타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을 정도로 필요하면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건설 매각 얘기가 시장에서 지속돼 온 만큼, 매수자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매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회사나 사업부문을 깜짝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 내부의 사업부문 축소 가능성도 언급되나,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더 많았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달성 가능성을 떠나 가스터빈 국산화 및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는 불가피하며, 정부가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한 원전 및 에너지 사업 역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원전 가동률 하락 등으로 지난해 2월에는 500명 이상 직원에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또 노조에는 일부 휴업을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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