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후보약물로 간주돼 현재 실험이 진행되는 기존 약물들이 제조가격은 낮아 문제가 아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감당할 정도의 대량생산이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약물 가격정책 전문가인 앤드루 힐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약물로 현재 임상 실험 중인 약물을 제조하는 제약사는 생산을 극대화할 구체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급이 급속도로 소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후보 치료제로 임상실험 중인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학술지 JVE에 게재된 연구에서 힐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원재료 가격 등을 반영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실험이 진행 중인 약물의 제조 가격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환자 한 명의 하루치 필요량을 93센트, 후지필름홀딩스의 자회사 후지필름도야마(富山)화학이 신종플루 치료제로 개발한 아비간(avigan)은 1달러45센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체인저'라고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유사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8센트에 만들 수 있다.
힐 연구원 등 연구진은 "이 약물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면 29센트~1달러 범위의 매우 낮은 단가로 제조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번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수요가 공급을 빠르게 초과해 새로운 산업동맹, 여러 제약사의 병행 제조, 지식재산권 공유 등의 조치가 없으면 대량생산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힐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는 "팬데믹 치료제가 되는 약물은 수요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공급난이 발생해 원래 용도인 에볼라와 말라리아 등 치료제로 쓰이기에도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제약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후보 약물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2500만달러를 지원받은 스위스 로슈는 현재 임상실험 중인 악템라의 생산능력을 확대해 수주 내로 공급량을 50% 끌어올릴 계획이다.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은 일본 정부로부터 1억2800만달러를 받아 아비간을 200만명의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를 단기 내 14만명분 생산하고 12월까지 100만명분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노피는 전 세계 8개 공장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생산을 50% 확대했고 50개국에 1억명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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