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건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고 뒤늦게 완화 조치에 나서 코로나19(COVID-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밝힌 앤소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13일(현지시간) 돌연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해고를 요구한 트위터 글을 공유한 뒤 백악관이 이 같은 해고 건은 검토하고 있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히자 나온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0.03.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우치 NIAID 소장은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완화 조치 권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각각 15일과 30일 짜리 완화 조치를 권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 전문가의 조언에 동의했다"면서 "나와 벅스 박사가 대통령에게 '셧다운'을 권고했을 바로 그 때 완화 조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파우치 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wonderful guy)"라고 화답했다.
앞서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것은 터무니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박사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파우치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받는 고문이어왔고 계속해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우치 소장 해고 논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후보의 트윗을 공유하자 불거졌다. 디애나 로레인 전 후보는 "파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초반 의료 전문가들의 말을 들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2월 29일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해 걱정할 것이 없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었다"라며, "이제 파우치를 해고할 때"(#FireFauci)란 해시태그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을 공유하면서 "가짜뉴스 미안.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다(it's all on tape). 나는 사람들이 말하기 훨씬 이전에 중국 입국을 막았다"고 자신의 입장을 덧붙인 바 있다.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12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미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완화 조치를 일찍 시행했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고문들의 권고를 무시해 초기 대응을 못 했다고 주장했다.
CNN이 별도로 행정부 내 소식통에게 확인한 결과 백악관 내 고위 보건 전문가들은 지난 2월 셋째주에 완화 조치 도입 필요성에 동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지침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16일에서야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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