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5선 의원이 돼 여의도에 복귀한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은 만큼 한동안 여권 대선주자 독주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당선자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휘했다. 또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역임하며 '코로나19 극복'으로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무너뜨렸다. 대선주자로서의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총선 승리를 이끈 만큼 '이낙연 대망론'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이낙연이 후원회장' 후보들 22명 당선…민주당 당선자 중 13.5%
이 당선자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온 것은 당내 세력이다. 이 당선자도 지난 4월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평론가들의 말을 빌리면 안정감·신뢰감·균형감은 장점이고 자기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약점이라고 한다"며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는 일에 그다지 열심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17 mironj19@newspim.com |
현재 당의 역학관계는 '친문'이 당의 주류를 차지하는 가운데 86그룹이 당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옮긴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이 당선자는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 당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지 않은 인물 중 하나다. 이 당선자는 2007년 형제들과 펴낸 수필집 '어머니의 추억'에서 어머니가 당적을 옮기는 것을 여러 번 만류해 당적을 옮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낙연 당선자가 대변인, 사무총장을 지내며 당의 중심을 잡던 시절과 지금 민주당 역학구조는 완벽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통해 이 당선자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 중 22명이 국회에 입성한 만큼 역학관계도 바뀔 수 있다. 이 당선자가 후원회장을 맡은 현역의원 중 고용진(서울 노원갑)·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정춘숙(용인병)·백혜련(수원을)·박정(파주을)·김한정(남양주을)·강훈식(충남 아산을) 등 초선 의원 7명이 재선에 성공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이낙연(왼쪽)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2020.04.15 leehs@newspim.com |
또 고민정(서울 광진을)·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갑)·이탄희(경기 용인정)·이소영(의왕과천)·김주영(김포갑)·김용민(남양주병)·홍기원(평택갑)·홍정민(고양병)·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정정순(충북 청주상당)·문진석(천안갑)·이장섭(청주서원)·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송재호(제주갑) 당선자 등 15명 정치신인 후원회장도 도맡았다. 여기에 이 당선자가 전국으로 지원유세를 다닌 만큼 추가적인 당내 확장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총선이 '이낙연 대망론'의 1차 시험대였다면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는 당 내 '이낙연 대망론'에 대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당선자가 직접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 당규상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선거일 1년 전에는 자리를 내려놓아야 해서다.
그럼에도 전당대회서 당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이낙연 대망론'의 밑그림이 완성될지, 아니면 새로운 친문계 주자의 등장 속에 라이벌 구도가 강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앞에서 열린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선거유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4.14 leehs@newspim.com |
◆ 총리 출신·호남·곱슬머리 징크스…이낙연이 깰까
여의도 정가에서는 '총리 출신 정치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징크스가 있다. 이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인물로는 김종필·이회창·고건·한명숙·이해찬 전 총리가 있다.
이런 징크스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권 주자들은 대부분 저질러 놓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모험'적인 면이 있었는데 총리 출신들은 안정을 택해왔다"며 "이런 탓에 2인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대권 도전에는 실패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정권 수비수'에 그친 직전 총리들과는 달랐다. 총리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질의를 받아치는 것이 화제가 됐다. 가축전염병, 메르스 등 국난 대처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전 총리들과 다르게 언론 집중도가 높았던 점도 한몫했다.
이 전 총리도 이런 징크스를 알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19일 관훈토론회에서 "총리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이미지가 공고화 돼 있었다"라며 "저도 총리 이미지의 포로가 되지 않으려 나름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고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시장 인근에서 홍정민 고양병 후보, 이용우 고양정 후보의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04.06 mironj19@newspim.com |
이 전 총리가 가진 징크스는 또 있다. 호남 출신 인사는 대권 도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전 총리는 전남 함평·영광·장성·담양 지역구에서 4선 의원을 했고 그 이후엔 전라남도 지사를 지냈다. 호남에서 정치적 기반을 쌓아온 만큼 영남 유권자들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종로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경북과 부산에서도 지원 유세를 다녀갔다. 본인의 후원회장으로는 TK지역 진보 인사인 김사열 경북대 교수를 모셨다. 지역적 확장성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건지며 대승을 거뒀다지만 영남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과제도 생겼다"면서 "호남 출신 대권 주자인 이낙연 위원장에게도 '지역색'이라는 올가미가 씌워진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곱슬머리는 대권주자가 될 수 없다'는 징크스도 있다. 이 전 총리는 2000년 국회 입성 당시 당 대변인 후보로 거론됐으나 김대중 대통령이 "텔레비전에서 더 곱슬 거려 보인다"며 기용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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