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코로나19(COVID-19) 쇼크로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싱가포르의 대형 석유거래 업체에 이어 미국의 석유회사 수백 곳도 파산 위기로 몰리고 있다. 수요 급감에 따른 여유 분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국제유가가 대폭락한 결과다.
20일(현지시각) CNN과 포브스 등에 따르면 원유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쟁적으로 과잉 공급에 나서자 이날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되는 극단적 사태를 야기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미국 셰일 회사들은 사실상 파산에 봉착했다.
미국 텍사스주(州) 미드랜드 인근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펌프가 작동하는 모습. 2017.03.05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서부텍사스산원유(WTI)선물 6월물은 배럴당 2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지만, WTI가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미국 내 거의 모든 석유회사가 문을 닫게 되기 때문이다.
WTI가 20달러 수준에서 현재 미국 석유회사들의 총 부채 700억달러는 내년에 1770억달러로 늘어난다.석유회사와 관련된 설비 및 채굴부문 인력 비용의 변화을 고려하면 총 부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리스태드 에너지의 셰일부문 책임연구원 아템 아브라모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배럴당 20달러가 되면 미국의 유전 탐사 및 원유 생산회사 533개 회사가 2021년 말까지 파산보호신청을 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국제유가가 10달러 수준에서는 1100개 이상의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미국 셰일업체 '화이팅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이 4월 초에 법원에 코로나19 쇼크로 셰일업체로서는 처음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유사한 석유거래업체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지난 17일 싱가포르 대형 석유거래업체 힌렁트레이딩이 파산보호신청을 법원에 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석유 수요감소와 유가폭락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항공업계도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신청에 돌입 전 세계 대형 항공사 가운데 코로나19로 파산위기에 처한 불명예를 안게 됐다.
버진항공의 부채 총액은 약 50억호주달러(약 3조9000억원)이다. 회사는 호주 정부에 14억호주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노르웨이의 LCC '노르웨이 에어셔틀'도 스웨덴과 덴마트의 4개 법인이 파산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지만 불발되면서 사업 단념을 결정했다.
에어셔틀의 파산으로 인해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약 47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제이콥 쉬램 CEO는 "코로나19는 항공 업계에 전례 없는 타격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드니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항공기. 2020.04.21 goldendog@newspim.com |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