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최근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대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화학, 정유, 조선주 등 관련 업종들의 희비가 교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급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절감 효과로 화학주의 수혜가 점쳐지는 반면 조선주는 해양플랜트 발주 부진으로, 정유주는 재고평가 손실 및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타격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배럴당 2.21달러(19.1%) 오른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마이너스 40달러까지 급락했던 5월 인도분은 전날 거래가 만료됐다. 그간의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들어간데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진 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를 나타내며 초저유가 시대로 진입한 가운데 화학주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납산) 가격도 덩달아 내려가 나프타분해설비(NCC) 방식을 택한 국내 화학업체들의 수익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석탄을 기반으로 한 석탄분해방식(CTO), 셰일가스 등에서 뽑아낸 에탄을 원료로 하는 에탄크래커(ECC) 방식 등을 택한 중국, 미국과 달리 나프타를 NCC에 투입해 에틸렌 등의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원재료인 납사의 경쟁력 확대 시기로 진입했다"며 "NCC를 보유하거나 증설 중인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낮은 유가와 천연가스 반등 등에 국내 NCC가 경쟁력을 회복할 전망"이라며 "경쟁력 호전으로 당분간 실적 개선 흐름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장 대비 1.69% 상승한 3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케미칼은 6.68% 오른 21만5500원에, 대한유화는 7.09% 상승한 13만6000원에 마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유가 급락으로 긴장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해양플랜트 발주 가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4년 국제유가 폭락 이후 해양유전 개발사업의 손익분기점(BEP)은 기존의 배럴달 70~8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아졌다"며 "유가가 50달러 선에서 유지될 때 발주를 단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가가 50달러를 밑돌아 발주가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 수요가 늘어나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고 탱커선 발주가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 같은 시나리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석유 수요가 늘기 떄문에 탱커선 물동량이 늘어난다는 것이 기존의 시나리오다"라며 "그러나 코로나19로 유가가 내려가도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탱커선 발주를 꺼려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정유주도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과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 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액이 3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다만 지난 21일 마이너스 유가 여파로 하락했던 조선주와 정유주는 정부의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 발표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와 항공·해운업, 정유·조선업 등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날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는 각각 1.07%, 3.85% 올랐다. 현대미포조선은 4.31% 상승했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8.9% 하락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는 각각 3.22%, 3.35% 상승했으며, S-Oil도 5.7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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