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코로나19 여파 속 자취를 감춘 신흥국 채권이 서서히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채비율이 관리잘된 멕시코와 러시아 채권을 저가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반면, 정치혼잡이 지속되는 브라질 채권에 대해선 보수적 접근을 권했다.
[멕시코시티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지하철역 안에서 한 승객이 마스크를 배부 받은 모습. 2020.04.15 bernard0202@newspim.com |
신흥국 채권은 연초부터 3월까지 강달러 기조 속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속 달러,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위험자산인 신흥국 채권 수익률은 급락했다. 아울러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유가 급락에 직격타를 맞았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실패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신흥국 채권의 수익률은 현지 채권시장가에 따른 '채권수익'을 베이스로 '이자수익', 환율추이에 따른 '환차익'으로 구성된다. 환율이 채권금리 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환율이 신흥국채의 수익률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초 손실은 환율 때문에 발생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인기를 끈 브라질 채권의 투자 수익률은 연초대비 19.4% 감소했는데, 헤알화 환율이 연초 287.34원에서 50원 넘게 하락한데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각국에서 금융, 기업지원책을 발표하자 수익률의 바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는 지난 3월 23일 정점(10.87)을 찍은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역시나 하락폭이 컸던 신흥국채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생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에 얼마나 소요될지, 환율이 어느정도 회복될지 등을 따져 투자 대상을 골라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 센터장은 향후 재무건전성을 보고 경기가 개선될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구분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 센터장은 "지금과 같이 전세계 국가들의 경제가 흔들릴땐 어쩔수 없지만 경기흐름이 회복되고 나면 수익률 회복을 기대해볼만한 국가들이 있다"며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러시아는 신흥국 중에서도 재무건전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멕시코는 정부부채비율은 47.1%로 공공부문 부채를 집계하는 OECD 7개국 중 가장 낮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이 'BBB+'에서 'BBB0'로 강등하긴 했으나 이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있어 금리 타격이 적었다.
NH투자증권은 "멕시코는 주요 신흥국 대비 신중한 통화 정책과 엄격한 준칙을 통한 보수적인 재정 정책 등으로 상대적으로 거시경제 안정성이 높은 국가"라며 "USMCA 협정이 타결되면서 미중 무역전쟁 및 코로나 19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혜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GDP 대비 부채비율도 15%밖에 되지 않는다. 유가 폭락에 기인한 감산합의에 분열을 일으킨 국가임에도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채권 금리를 지켰다. 이는 기준금리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러시아 채권투자 누적 수익률은 -7.62%로 신흥국 평균치(-16.69%) 상회한다.
반면, 부채율이 높은 브라질 채권 매수의견이 제한적이다. 브라질은 고질적 재정 문제와 정치리스크가 겹쳐져 수익률 회복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헤알화 반등도 어려워보인다. 코로나 사태 대응책에 대해 안팎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통화가치 약세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브라질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88%로, 오는 2024년엔 96%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이슈도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다. 최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브라질 전직 보건장관은 이와 관련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UN인권이사회에 고발했다.
미국 대형항공사인 보잉과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파기된 것 역시 악재다. 당초 보잉은 브라질 항공사 엠브라에르의 상업용 항공기 부문을 매입하기로 했으나 최종 문턱에서 좌절됐다.
신흥국 채권에 있어서는 중장기적 시한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환율 불안정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의 경기회복은 정책여력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늦어질 것이며, 그러한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도 의미있게 환율이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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