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올해 1월 10일 문을 연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하 국회 청원)이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국회 청원은 국민이 제안한 어떤 청원이든 30일 이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식 의안으로 접수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는 제도다.
후발주자인 탓에 아직까지 이용자 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정식 논의를 거친다는 점에서 국민의 입법권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청와대 청원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 등의 계정을 통해 우회적으로 본인인증을 하는데 반해 국회 청원은 휴대폰을 통한 본인 인증이 필수여서 보다 엄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10만명이라도 허수가 없다"는 것이 국회 측의 주장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03.17 kilroy023@newspim.com |
지난 3일 국회사무처는 '구하라법'의 입법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이 다섯 번째로 동의자 10만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는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것으로 지난달 18일 공개된 이후 17일 만에 동의자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이 청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정식 의안으로 접수돼 29일 법사위에서 장시간 논의됐다.
비록 해당 법안이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통과되지 못 했으나 네티즌들의 목소리에 '콧대 높은' 법사위가 직접 응답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가 적지 않다.
국회 청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면 누구나 청원인의 자격이 있으며, 휴대폰인증 등을 통한 본인확인을 거쳐 청원을 등록하거나 청원에 동의할 수 있다.
이달 20일 기준 동의가 진행 중인 국회 청원은 총 38건이고 동의 기간이 종료된 청원은 총 45건이다. 이 중 7건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정식으로 접수됐다.
국회 청원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텔레그램 n번방(단체방)을 통한 성범죄를 막아달라'는 1호 청원이 성립됐을 때도 정작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선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n번방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다른 개정 법률에 청원의 취지를 일부 반영하는데 그쳤다.
이후 n번방 사건을 두고 사회적 공분이 확대되고 법사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자 법사위 위원들이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지난 29일 법사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핵심 운영자 조주빈 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leehs@newspim.com |
청와대 청원의 경우 단순히 관계기관이 형식적인 답변을 하는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청와대의 입장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혹은 행정기관이 원칙적 답변을 설명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와대 청원이 지나치게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돼 청원 통로로서 기능하지 못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반면 국회 청원의 경우, 정식으로 상임위 안건으로 회부된다는 점에서 법적 강제력을 갖는다. 국회 청원이 하나하나 실적을 쌓아갈수록 법적·제도적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가 청와대 대신 여의도를 찾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최정인 입법조사관은 '국민동의청원제도의 현황과 의의'란 보고서를 통해 "제19대 국회 전체 기간 동안 의원의 소개를 얻어 접수된 청원이 총 227건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4월 20일 현재 83건의 청원이 동의대상으로 공개되 어 7건이 10만 명 동의를 얻었다는 것은 국민동의 청원제도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