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홍근진 기자 = 세종시는 여론의 비판 속에 배준석 도시교통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회전문·코드·낙하산 인사라는 언론의 비판과 시의회 및 사회단체의 인사청문회 도입 권유를 외면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배 사장은 "인사청문회를 해도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달 29일 신임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으로 배준석 전 열린혁신본부장을 임명했다. 주요 산하기관장 요직에 이 시장의 측근들이 또다시 회전문식 인사로 이뤄지면서 인사의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근무인원 470여명과 예산 600억원이 넘는 세종시 최대 공기업으로 부상한 교통공사 사장을 임명하면서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던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또 시민들은 끝까지 밀실에서 인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세종시 도시교통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배준석(왼쪽 두번째) 씨가 지난 달 29일 대평동 버스차고지 공사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2020.05.03 goongeen@newspim.com |
3일 교통공사 홈페이지에는 배 사장이 지난 달 29일 취임했으며, 취임 행사를 생략하고 현장방문으로 공식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조치원 터미널 등 현장 방문 사진을 몇 장 올려놨다.
배 사장은 지난 달 29일 오전 10시 30분 이 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0분 후 시의회 현관에서 마침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들이 마주쳤다.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배 사장은 "인사청문회를 해도 100%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리고 언제 준비했는지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 직함이 찍힌 명함을 자랑스럽게 돌렸다.
이 모습을 본 한 기자는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는데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라도 한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지난 2016년에 있었던 일을 두고 "저 사람은 특정 정당 사람만 세종시 버스에 골라 태우는거 아닐까"라고 비꼬았다.
배 사장은 지난 2016년 4월 제20대 총선때 세종시 지역개발과장 신분으로 당시 중앙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해찬 후보를 SNS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하다가 선관위로 부터 공무원으로서 선거운동 관련 법을 지키라는 '준수촉구' 주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신이 모시는 시장과 국회의원에게는 목숨을 바쳐서 충성을 다하는 '충견' 같은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그는 바로 5월 1일자로 이춘희 시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 그리고 같은 해 말 총무과장 자리를 꿰찼다. 지난 2018년 정년으로 퇴직하고 1년 정도 지난 2019년 초에는 3년 임기의 교통공사 열린혁신본부장으로 채용됐다. 그리고 1년 후 그는 전격적으로 교통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그의 임명을 두고 시청 주변에서는 이미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올해 초 실시한 교통공사 사장 공모가 무산되자 앞으로 맡게될 도시개발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 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배 본부장을 염두에 두고 그런 수순을 밟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4일까지 교통공사 사장 모집 재공고를 냈다. 이때도 언론 보도자료는 아예 없었다. 코로나19와 총선 정국을 틈탄 밀실 행정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세종시가 이번 교통공사 사장 응모자격 기준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3급 이상 공무원 재직 경력이 있는 사람에서 4급 이상으로 바꾼 것을 두고 배 사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었다. 감사원 감사나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3일 세종시 도시교통공사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신임 배준석 사장의 인사말.[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2020.05.03 goongeen@newspim.com |
세종시에는 각종 기관 단체 간부에 퇴직 공무원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다. 시장의 최측근 공무원 출신이 퇴직 후에 최대 공기업 사장까지 맡게 된 것을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런 코드인사는 조직 기강과 근무 의욕 저하 등을 초래하고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세종시에는 임명직 부시장과 기관 단체 간부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나 이춘희 시장 최측근들이 자리를 차지해 왔다. 시민들은 견제 세력은 아예 없고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잔치 속에 세종시가 브레이크 없는 과속열차로 전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4급 과장 출신 공무원이 교통공사 수장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어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입맛에 맞는 사람이 특혜성 배려를 받고 임명되도 시민들이 이를 검증할 절차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종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지적한 적도 있다.
세종시의회에서는 지난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산하 공공기관의 임명 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12일 김원식 의원은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세종시만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장에 대한 폐쇄적인 인사와 임명 과정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춘희 시장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면 오히려 인재 구하기가 어려워 널리 공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대답했다. 인사청문회가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자신이 인사권을 마음껏 휘두르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도 지난해 12월 세종시에 산하 공기업 및 출연기관장을 임명하기 전에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검증하고 임용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김 의원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있었음에도 아직 인사청문회 제도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이 시장은 회전문-코드-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슬그머니 배준석 사장을 임명했다. 국회의원 2명 모두와 시의원 18명 중 17명 등 온통 민주당 일색인 마당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권불십년'이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있다.
배 사장은 세종도시교통공사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인사말을 통해 "대중교통을 선도하는 명품 세종교통 구현에 앞장서겠다"며 "고객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교통을 확립하고,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시민교통을 창출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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