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대구 집값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급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규제지역인 대구에 투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외지인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타지역 법인이 아파트를 통째로 매입한 결과다. 대구 내 한 분양전환형 임대아파트 단지가 법인 간 거래로 주인이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악화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묻지마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소재 '힐스테이트 다사역' 단지 투시도.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핌 DB] |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대구 아파트 매매건수 3473건 중 32.6%(1133건)는 외지인 매입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13.9%)과 1월(14.3%), 2월(15.5%)까지 10% 중반을 유지하던 외지인 매입 비중이 2배 넘게 늘었다.
대구에서 외지인 매입이 가장 많았던 곳은 달성군이다. 지난 2월 46건이던 외지인 아파트 매입 건수는 3월 833건으로 늘었다. 한 달 만에 외지인 아파트 거래가 18배 넘게 폭증한 것. 같은 기간 외지인 매입 비중은 11%에서 77.7%로 크게 뛰었다.
현지 공인중개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달성군 유가읍 T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달성군은 외지인들이 투자를 위해 찾을 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주로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신혼부부들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이곳은 대구 도심에서도 차로 15분 이상 떨어져 있어 조용하다"며 "코로나 사태로 지난 2월 말부터 3월까지는 거래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외지인 거래 중 상당수가 일회성 요인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소재한 A법인이 달성군 현풍읍에 위치한 792가구 규모 남해오네뜨1차 아파트 전체를 B법인으로부터 매입했다. 분양전환형 5년 임대아파트인 이 단지는 올해 임대기간이 만료 후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감정원 통계상 대구 아파트 외지인 매입 건수는 대구에 주소지를 두지 않은 A법인이 매입한 단지 가구 수만큼 증가한다. 법인 간 한 번의 거래가 통계에서는 수백 건으로 집계되는 '착시 효과'를 초래한 것이다. 해당 거래를 제외하면 3월 대구 아파트 외지인 매입 건수는 1133건에서 341건으로, 외지인 매입 비중은 32.6%에서 9,8%로 오히려 감소한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대구가 비규제지역이라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내수가 악화된 상황에서 향후 수요를 뒷받침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처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 인포 리서치 팀장은 "시장 상황을 판단할 때 통계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지방 주택 시장에 대한 주도권은 과거 대구에서 현재 대전과 광주로 넘어왔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지인들의 관심이 많이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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