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회사채 매입 특수법인(SPV)의 지원대상이 'A'등급으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규모와 손실리스크에 대한 한은의 보수적 입장을 고려할 때 BBB등급까지는 지원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 중구 한국은행. 2019.03.29 alwaysame@newspim.com |
12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 발행잔액은 23조2560억원이다. 이중 AAA~A-급은 17조6390억원이다. 여기에 기업어음(CP)도 매입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20조원을 육박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에 2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부도율을 고려했을 때 BBB급은 원금 회수 리스크가 다소 큰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1998~2019년 부도발생기업을 살펴봤을 때 부도발생 이전 36개월간 매월 등급 중앙값은 BBB-~B0 수준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등급하한은 신용리스크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BBB 등급이 부도 리스크가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며 "BBB는 주로 리테일용으로 소화가 되기 때문에 일반 기관투자자들이 다루긴 리스크 수준이 다르다"고 전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등급 중에서도 상위인 A+, A0로 지원대상이 좁혀질 수 있다. 저신용 등급을 매입하겠다곤 하지만 선별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은이 손실보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금 지원방식도 SPV에 직접대출하는 방식보다는 산업은행을 통한 우회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법 100조에 따르면 회계연도에 발생한 손실은 적립금으로 보전하고, 적립금이 부족할 땐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 그간 손실이 난 경우는 있지만 정부가 보전한 적은 없다.
한은의 2019 회계연도 법적적립금은 9조7737억원이다. 이를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회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한은 재정 지원을 위한 예산을 배치해야 한다.
따라서 한은은 SPV에 유동성을 지원할 뿐 아니라 지원대상 고르기에도 꼼꼼히 챙길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들은 한은이 SPV 자금 운용심의위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감독업무와는 별개로 채권자로서 지원대상의 재무상태를 조사하는 업무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은은 오는 14일,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지원방식, 지원대상 등 세부내용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PV 설립과 관련된 추진방안에 대해 "정부 기관과 논의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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