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2008년 금융위기 속 침체 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소비자물가는 큰 폭으로 내렸다.
미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달 전보다 0.8%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의 하락세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한 달 전보다 0.4% 내려 1957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CPI는 0.3% 상승해 2015년 10월 이후 가장 저조한 오름세를 보였다. 근원 CPI는 같은 기간 1.4% 상승해 2011년 4월 이후 가장 적게 올랐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지난주 기자들에게 "현재나 곧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장기였던 지난 확장기 동안에도 지속적인 2%의 물가 상승세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주 웹스터의 코스트코에서 한 남성이 육류 진열대를 보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5.05 |
4월 중 에너지 가격은 전체 CPI를 끌어내렸다. 휘발유 물가는 4월 중 20.6% 급락했다. 유가는 올해 들어 급락세를 보였는데 1월 배럴당 60달러였던 미국산 유가는 4월 20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연료 수요를 증발시켰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은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다.
다만 식품 가격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4월 중 식품 물가는 1974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인들은 팬데믹(pandemic·대유행) 속에서 식품 사재기에 나섰다.
의류 물가와 보험, 항공료 물가는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잔치크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코로나바이러스는 커다란 수요 충격과 유가 급락, 강달러로 물가에 커다란 디플레 영향을 줬다"라면서 "물가 급등은 가장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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