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으로 근무하면서 이규진(58·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로 헌재 내부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현직 법관이 "당시 이 상임위원의 요구만 없었다면 (파견법관직은)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고 재차 법정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을 열고 지난해 5월에 이어 최모(48·28기) 부장판사를 다시 불러 증인으로 신문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5.18 dlsgur9757@newspim.com |
이날 최 부장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의 요구를 받고 헌재 파견법관이 내부 자료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는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냐'는 검찰 질문에 "당시 꺼림칙한 일이긴 했다"고 인정했다.
또 '요청받은 자료의 양이나 빈도로 볼 때 증인 입장에서 번거롭지 않았냐'는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도 "번거롭기도 하고 (파견법관직은) 이 전 상임위원 관련 요구만 없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면 안했을 것 같다"며 "공식화된 경로로 해달라고 요청한다든지 했을 것이고 이렇게 달라고 한다고 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해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지금 같으면 (당시 지시를) 거절했을 것 같다"며 "후회스럽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3년간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이 전 상임위원 지시로 헌재에서 심리 중인 주요 사건들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사건 정보, 헌재 내 추진 중인 정책·회의자료 등 내부 자료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검찰은 이들이 주고받은 약 570건에 달하는 관련 이메일을 통해 임 전 차장과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수뇌부가 최 부장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동향을 수집했고, 이를 근거로 대법원이 헌재와의 관계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려는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 여부와 관련해서는 "한일 청구권 협정 사건과 관련해 보고서를 한 차례 요구받았다"며 "당시 사적 친분도 없었고 회식자리 외에서는 만난 적이 없어 전화를 받고 조금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전 상임위원 측에서 전달이 안 돼 나한테 달라고 하시나 보다고 추측했을 뿐 별다른 생각 없이 보내드렸다"며 "헌재 쪽에서도 법원 쪽의 헌재 분야 전문가는 이 전 상임위원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주로 통화하는 것은 이 전 상임위원이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이 헌재 이슈를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구체적으로 들은 사실은 없다"며 "한 건 정도는 보고서를 드렸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상부인지, 어떤 사건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제가 드린) 정보 모두가 상부에 보고됐을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편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그는 "이 전 상임위원이 법원에 중요한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하니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알려달라고 했다"며 "요구에 따라 계속 전달하다 보니 예삿일이 됐다. 거절했으면 하는 후회는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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