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사프가 2019회계연도(2019.4~2020.3) 순이익이 209억엔으로 전기비 72% 감소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주력 사업인 액정패널의 판매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가 마스크 생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부활을 기대할 만한 성장 시나리오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도 대만 홍하이(鴻海) 정밀공업 산하에 들어간 시점과 비교했을 때 약 1000억엔 가량 떨어진 상태다.
샤프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7년 역사상 최대 히트상품이 마스크가 될 것 같은 느낌, 복잡한 기분"
지난 3일 샤프의 공식 트위터는 자학적인 트윗을 남겨 화제가 됐다. 지난 4월 말 자사 사이트에서 개인용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자 접속이 폭주하기도 했다. 이후 추첨 판매로 전환하자, 첫회부터 3회까지 경쟁률은 100 대 1을 넘겼다.
샤프의 마스크 판매는 화제로 떠올랐지만, 이 배경엔 씁쓸한 현실이 있다. 샤프는 미에(三重)현 다키초(多気町) 공장의 비어있는 클린룸을 활용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주력 사업에서 수주량이 많았다면 마스크 생산을 할 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액정패널은 샤프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경영재건을 위해서는 액정패널의 수익 안정이 필수지만,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공급 뿐만 아니라 수요에서도 암운이 감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월 이후부터는 중소형 액정 패널의 주요 고객인 미국 애플의 생산 위탁이 감소한 상황이다. 미즈호증권에 따르면, 아이폰의 2020년 생산대수는 전년비 4% 감소한 1억8800만대가 될 전망이다. 반면 샤프의 애플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샤프의 유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8회계연도의 매출액의 23%가 애플에서 발생했다. 2015회계연도(27%)보단 낮아졌지만 의존도는 향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샤프가 새 주력 분야로 삼고 있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도 어려운 상황이다. 샤프는 저소비전력에 화질이 뛰어난 'IGZO' 기술을 무기로 미국·유럽·서양 시장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면서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의 수요 회복도 늦어질 전망이다. '애플 의존'을 벗어나기는 요원하다.
물론 샤프도 두 손을 놓고 있진 않다. 사업구조 강화를 위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엔 도시바(東芝)의 노트북 사업 '다이너북'을 40억엔에 매수했다. 지난 3월 말엔 NEC의 디지널 사이니지(전자간판) 사업의 자회사화를 발표했다. 오는 7월을 목표로 약 92억엔을 들여 주식의 3분의 2를 취득할 전망이다.
액정 패널 사업에선 애플과 함께 재팬디스플레이(JDI)의 하쿠산(白山)공장 매수를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위한 중소형 액정 생산체제를 집약해 채산성을 높이는 한편, 기존의 가메야마(亀山)공장과 다키공장은 자동차용 액정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생산으로 바꿔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샤프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샤프의 시가총액은 약 6000억엔으로 홍하이가 출자를 완료했던 2016년 8월말 시점보다 1000억엔 가량 낮다. 실적과 주가 저조가 오래 이어진다면 홍하이 측에서 비용절감에 더해 사업이나 생산거점의 재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신문은 "샤프는 액정 패널 사업 재건 방안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한층 더 매력있는 성장 시나리오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