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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324억 투입되는 디지털뉴딜...ICT 업계, 경기부양 효과는 '글쎄'

기사등록 : 2020-06-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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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용 공공와이파이 사업, "규모만 커진 재탕정책"
통신업계 "지원 보다 더 많은 투자 요구할까 우려"

[서울=뉴스핌] 나은경 정윤영 기자 = "4차산업혁명 시대에 지나치게 고용이슈에만 매몰돼 있다." "사업 자체는 차별화되지 않았는데 규모만 커졌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의 청사진에 내려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평가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뉴딜을 위해 올해 총 832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ICT업계는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크다.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에 치우쳐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정부 3차 추경안 관련 과기정통부 주요사항'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6.03 nanana@newspim.com

디지털 뉴딜은 세부적으로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규모만 커진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포용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공공와이파이 관련 사업이 서울시 등에서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이고 DNA 생태계 강화를 위한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정부 업무망 고도화도 기존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재탕' 정책에 새 이름만…향후 업계 요구 반영되길"

ICT업계의 산학연 관계자들은 3차 추경 시점에 대해서는 빠른 대응이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정책과의 차이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 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우 단국대 SW융합대학 모바일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은 기존에 있던 사업을 재포장한 것이 많은데 데이터나 클라우드 쪽 정책보다 통신 관련 정책들이 특히 그렇다"며 "5G 관련 사업이 담긴 DNA 관련 정책과 통신망 구축 등은 일반적인 내용이거나 이미 진행 중인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명분으로 여러 사업을 제시했는데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내용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데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열거된 사업들은 생산성을 높여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기보다 많은 인력에 일정한 지원이 이뤄지는 정부주도 사업들"이라며 "재정을 쓰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ICT업계는 추후 구체화될 종합계획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다음달 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전체적인 개요와 구조, 내용, 계획에 대해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도 앞서 지난달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통3사를 비롯한 ICT 기업들을 대상으로 민간부문의 요구사항을 취합했다. 이통3사는 5G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안건들을 제안했다고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선 발표된 올해 디지털 뉴딜 예산집행안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지만 다음달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등에 통신사들의 아이디어가 담기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ICT업계 "추가 발표 기대…지원과 투자요구 균형 맞춰야"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생색내기식 지원책으로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형식적인 지원을 내면서 정작 기업에 더 큰 규모의 투자와 고용을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3사에 요구한 투자 금액이 있고 동시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한 압박도 주어지는 상황"이라며 "상황과 시점에 있어 정부의 지원과 요구사항 사이 균형이 맞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경기부양을 위해 5G 인프라 투자 시기를 앞당겨 상반기에만 4조원을 투자할 것을 이통3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투자 성적은 3사를 통틀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인프라 확충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 요구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금 투입보다 규제 개혁이 급선무"

업계에서는 디지털 뉴딜안에서도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규제 완화에 대한 지적이 거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정부는 현재 규제 개혁에 대한 언급없이 디지털화만 추진하는데 자금 투입만으로 4차산업의 혁신을 일궈내기 힘들다"며 "이번 뉴딜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규제 개혁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다양한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종합적인 대책을 담은 디지털 뉴딜은 4차산업 혁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 교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하더라도 단순히 사업규모와 내용을 언급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차후에 민간부문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규제완화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회장은 "오히려 코로나 위기가 계기가 돼 우리 사회 4차산업혁명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anana@newspim.com yoonge9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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