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두고 한·미 간 잡음이 표출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 충족 중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이냐, 그리고 전작권 전환 후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은 어디로 갈 것이냐가 양국 간 갈등 지점이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 검증 시기 확정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초 8월에 전작권 전환 2단계 평가인 '완전운용능력 검증(FOC)'을 앞두고 있는데, 미국이 9월이나 그 이후에 검증을 하자고 한다는 것이다.
3대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인 독수리 훈련이 이뤄지는 모습. 지난해 3월 한미 양국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패트릭 샤나한 당시 미국 국방장관 대행 간 전화통화를 통해 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엄가디언 연습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의 종료를 결정했다. 대신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조정한 새 한미연합지휘소연습 '19-1 동맹연습'이 지난해 3월 4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됐으며, 다른 훈련들도 새로운 형태의 연합연습 및 훈련들로 대체돼 연중 실시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8월에 FOC 검증이 이뤄져야 10월에 평가한 뒤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승인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우리 정부 계획대로 2022년에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국 측에서 방위비 인상과 협상 조기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 공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압박을 하려 한다는 것이 외교가에서 떠돌고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풍문이다.
또 다른 설(說)도 있다.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방식을 두고 한·미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설이다. 즉, 한국 측은 전작권 전환 단계에 맞춰 이때 FOC 검증을 하자고 하고, 미국 측은 전반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된 연합대비태세 검증을 하자고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러한 풍문이 단지 풍문만은 아닐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한·미는 지난 상반기에 연합훈련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해서 하반기에 FOC, 내년에 최종적으로 FMC(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 전작권 전환 평가 마지막 단계)를 해서 2022년에 전작권 전환을 하기로 스케줄 합의를 했다"며 "그런데 상반기에 코로나19로 훈련을 하지 못했으니 예정대로 8월에 FOC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미국 측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FOC 예정대로 해도 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전작권 전환, 시기보다 조건이 중요"
전문가 "에이브럼스, 한국 전작권 전환 급속 추진에 불편" 주장
미국이 8월에 FOC를 하자는 한국에 반대 입장을 펴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는 '조건 미충족'이다. 실제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부터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2022년이라는 시기보다 조건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1주년 기념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전작권 전환에 있어 시기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언급한 '조건'이란 지난 2014년 양국 국방장관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합의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3가지 조건'이다. 3가지 조건이란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지역 안보환경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 가지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 번째 '지역 안보환경'이 문제라고 말한다. 북핵 위협이 상존하는데 전작권 전환을 했을 경우 한국군 주도 하에 이에 대비할 수 있겠느냐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세 번째 조건이 '지역 안보환경'인 것은 다시 말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점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너무 빠르게 밀어붙인다는 점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09.24 photo@newspim.com |
◆ 전작권 전환 후 한반도 유사시 주도권, 美→韓 이동
박원곤 "美 전통적 외교안보라인, 주한미군 입지 약화 우려"
하지만 단순히 조건 미충족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전작권 전환 문제의 가장 밑바닥에는 한·미 간 주도권 싸움이 있다는 것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4성 장군이 미래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맡는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맡고 있는 미군 4성 장군은 부사령관이 된다.
다시 말해 전작권이 전환되면 북한의 위협 등 유사시 한반도 방위 주도권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다. 미국이 바로 이 부분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간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재활성화'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엔사를 재활성화해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려 한다는 취지다.
박원곤 교수는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한국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전작권 전환 일정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미국 내 전작권 전환에 대한 불편한 여론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작권 전환 이후 주도권을 걱정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우려이고, 워싱턴의 생각은 좀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얼른 전작권을 전환하고 책임을 덜고 싶어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의 전통적 외교안보라인이 (전작권 전환 후) 한반도에서 미군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전작권을 통해 북한 위협에 대해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한국군을 통제하는 권리를 놓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미국 내에)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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